▲ 국내 면세점 총매출 추이. (제공: 한국면세점협회)

갤러리아, 제주공항 영업 조기종료
사드악재에 고액임대료 부담 가중
인천·김포공항도 조기철수설 확대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신세계 김해공항 철수에 이어 한화갤러리아도 제주공항 면세사업 조기종료를 선언하면서 공항면세점들의 ‘도미노 폐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간 곪아 왔던 ‘고액 임대료’ 문제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터져 나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국제선 출국장 면세점영업을 내달 31일 자로 종료한다고 3일 밝혔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제주공항 면세점 특성상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유커가 80~90% 줄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 면세점 연임대료는 약 241억원으로 월단위 20억원가량을 매월 임대료로 내고 있다. 2014년 제주공항 면세사업권을 따낸 한화갤러리아는 1년 만에 연간 매출이 60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이익이 감소했고 올해 1분기는 영업적자 48억원을 기록했다. 4월부터는 고정임대료보다도 매출이 줄었다. 이에 갤러리아면세점은 제주공항공사에 3차례 임대료 조정 공문을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조기 철수’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중국관광객이 80~90% 줄면서 매출이 급감해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조기영업종료를 하게 됐다”며 “서울 시내면세점(갤러리아면세점63) 집중 전략으로 손익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공항면세점의 고액임대료와 업체 간 무리한 경쟁이 원인이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공항면세점의 조기영업 종료가 한화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영업을 포기한 한화는 당시 제주공항 면세사업권을 따기 위해 이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 연 임대료(100억원) 보다 2배 이상 높게 금액을 써냈다가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롯데면세점도 2015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3기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베팅한 금액(3조 6100억원)의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당시 낙찰가는 인천공항 면세점 연간 매출액인 2조 1000억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5년간 임대료를 나눠 내는 구조상 지난해까지 4500억원 정도를 지급했고 아직도 80%가량 지불해야 할 금액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사드여파로 현재 매출이 30%가량 줄면서 부담만 더 커졌다.

앞서 김해공항 DF1 구역을 운영하던 신세계조선호텔도 고액 임대료와 수익성 악화라는 동일한 이유로 2015년 12월 18일 한국공항공사에 ‘임대차계약 해지’ 요청을 하며 중도철수했다.

업계는 이 같은 과열경쟁의 후폭풍과 해당 산업의 위축으로 향후 문을 닫는 공항면세점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방한 여행객이 감소하는 데다 시내면세점이 늘면서 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높은 임대료의 공항점포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한 업체는 인천국제공항에서의 매출감소로 조기 반납을 결정하고 철수시기를 검토 중이고 다른 업체도 내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공항면세점의 과도한 임대료가 낮아지지 않는 이상 중소·중견업체 등에서 철수사업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객으로 수익을 올려야할 공항공사가 면세사업자에게 받는 임대료 등 비여객 매출로 배를 불리고 있다”며 “비여객 매출이 80%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공사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자사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진입했다가 힘들다고 빠지는 행태는 무책임하다”며 “이런 대기업의 행동이 시장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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