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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종교단체 재정투명성 계기… 조세공평주의 헌법정신 실현”

반대
“과세 빌미로 세무조사 배격… 교계 합의·공감대 조성 우선”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보수 개신교계는 한 번 더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부분의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은 반드시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도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막바지 준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총리는 최근 전국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소속 목회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정서상 (종교인 과세를)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비쳤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내년 시행이 예정돼 있다”고 원칙을 내세웠다. 지난달 말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이 언급한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발언에 원칙론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더 나아가 ‘종교인 과세’ 대상 인원이 20만명에 이른다고 밝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변수만 없다면 종교인 과세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교계는 대체로 종교인 과세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보수 개신교계는 법(法) 폐기까지 주장하며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번에도 한 번 더 유예할 것을 촉구했다.

개신교 보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는 최근 ‘종교인 과세에 대한 기독교계의 입장’을 선언했다. 교회언론회는 “종교인 과세가 종교의 특성을 도외시한 가운데 일반적인 사회의 기준과 잣대로 시행되는 정책”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또 정부에 시행시기의 유예뿐 아니라 세부과세기준 수립과 소득원천, 지급방법 등 과세 정책의 수정까지 요구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정부가 법 시행을 강제할 경우 국가와 사회공동체의 갈등·분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조세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행에 앞서 교계와의 충분한 합의와 공감대 조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과세 대상 20만명 실제 세금 부담 낮아”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종교인 과세 부담은 상당히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종교인 평균임금에 따르면 소득이 과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종교인이 많아 실제 걷히는 세금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구자료에서 종교인 과세 대상자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정부 통계자료에 따라 약 2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종교인 대다수가 면세점 이하로 실제 세 부담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일반 국민들은 종교인 과세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다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80% 이상의 종교인 과세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정부가 추진한 종교인 과세 법제화는 지난 1968년 한 차례 무산됐다. 이후 약 50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주된 이유는 종교계의 반발이다. 그럼에도 종교계는 해마다 정부로부터 갖가지 혜택을 받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 종교인 과세 추가유예 추진에 반대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종교인 과세 추진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계 매년 7조원 기부받고 1조 3천억 감면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매년 약 7조원이 종교단체에 기부되고, 기부금세액공제로 1조원이 세액 감면된다. 또 종교시설에 대한 재산세 감면 등 지방세 감면도 3000억원에 이른다. 매년 1조 3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이 종교단체에 지원되는 셈이다.

법이 시행되면 비영리단체인 종교단체의 재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러한 점이 반발의 주된 이유일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보수 교계는 “종교인 과세를 빌미로 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나 세무사찰을 단호히 배격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종교·시민단체들은 “모든 국민이 소득이 있으면 소득세를 내는 것이 평등하다”며 “종교인 과세는 공정한 행동을 지지하고 종교단체의 재정을 투명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종교인 과세 모범 사례로 캐나다의 정책을 들었다. 캐나다는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과세하고 국세청 웹사이트에 종교단체의 수입과 지출, 종교인 보수 수준, 종교인 인적사항 등을 상세히 공개한다.

종교·시민단체들은 “세금감면 혜택을 받은 모든 기관은 국민들에게 재정에 대하여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를 진다”며 “세금감면은 곧 세금 보조금이고, 누군가 세금감면을 받으면 누군가는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세공평주의’ 헌법정신을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일부 반발하는 종교계에 어떤 해법을 제기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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