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수(왼쪽)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29일 한국종교연합(URI-Korea) 제88차 평화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로운 세상을 실현하는 데 있어 종교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역할을 모색하는 대화의 장이 열렸다.

종교 간 연대와 교류에 힘써온 한국종교연합(URI, 박남수 상임대표)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제88차 평화포럼에서 ‘종교와 정의’를 이야기했다.

박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 사회공동체의 안정과 평화의 실현을 위해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 이를 이루기 위한 종교인의 실천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그는 “종교인은 앞장서 가르치기에는 열심을 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말을 실천하는 데 인색하다”며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렇게 많은 갈등과 분열이 있다는 사실, 안타깝지만 이는 종교인들이 경전 곧 성경이나 불경 등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냉철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종교지도자로서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미래의 길을 여는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교는 정의롭지 않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이어 ‘종교와 정의’를 주제로 평화포럼이 진행됐다. 패널로 참여한 조현 한겨레 논설위원은 뼈아픈 충고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종교계의 각성을 외쳤다.

그의 첫 마디는 “(내가 본) 종교는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조 위원은 “성인들(석가모니, 예수 등)이 계급을 타파하고, 해방(자유)을 선언하고, 용서와 사랑, 화해의 세상을 열기에 힘쓰고 몸소 보여줬다”며 “하지만 욕망의 세계인 인간의 세상에서, 종교는 욕망을 굴복했지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종교가 인류사에 끼친 수많은 긍정적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해악도 엄청났다”며 “종교사는 정의롭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종교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끝으로 “종교는 필요하다. 성인들의 가르침은 너무나 중요하다. 다시 종교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종교인은 남들이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과 신음하는 자연 생물의 목소리까지 듣고 느끼는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그 감수성을 실천하는 것이 종교”라고 밝혔다.

▲ 한국종교연합(URI-Korea, 상임대표 박남수)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종교와 정의’라는 주제로 제88차 평화포럼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정의로서의 종교, 종교로서의 정의’라는 화두를 꺼낸 이찬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종교에서의 정의를 사법의 행위에 제한하지 말고, 인간의 본래적 주체성(양심, 불성, 하느님의 형상, 시천주)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이어가야 한다”며 “연기적 주체성을 회복하는 종교는 정의로서의 종교다. 그럴 때 온전한 평화의 모습도 드러난다”고 했다.

이 외에도 박경은 경향신문 기자는 ‘종교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를, 성해영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종교와 정의’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한편 한국종교연합은 앞으로 청년들이 말하는 ‘종교와 정의’, 일반 신앙인들이 느끼는 ‘종교와 정의’, 성직자들이 말하고 싶은 ‘종교와 정의’를 주제로 토론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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