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 연루자에 대한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의 연루설이 발표된 뒤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 앞에 많은 취재진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암살작전 기획·감독 맡아… 김욱일은 도피 귀국 지원
“말레이, 독극물 정체 파악”… 제조에 국가기관급 개입 

[천지일보=이솜 기자]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북한 정권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2일 영국 일간지인 텔레그래프는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말레이 경찰 당국이 추가로 신원을 공개한 용의자 중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이 암살의 주모자이며, 현재 북한 대사관에 은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광성 임무는 암살 이행을 감독하고, 북한 대사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또 다른 추가 용의자인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은 김정남 암살 장소인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도왔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김욱일 역시 북한 대사관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 경찰은 김욱일이 김정남 암살 당시 북한 남성 용의자 4명의 귀국 행로를 짜는 등 도피를 도왔고, 이미 체포된 리정철(46)은 심부름과 운송을 맡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이들은 암살 실행조인 남성 4명과 여성 2명의 암살 실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고, 현광성이 막후에서 암살 작전을 총괄 기획, 감독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암살 사건의 핵심 고리는 현광성과 김욱일 두 사람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신병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광성의 경우 형사 관할권이 미치지 못하는 외교 면책 특권을 가진 외교관인데다, 두 사람이 북한 대사관에 있는지조차 현재까지 명확히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정체를 말레이 경찰 당국이 확인했다는 소식도 이목을 끌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중문 매체인 남양상보는 말레이 경찰은 김정남에 대한 부검 보고서를 통해 독극물의 정체를 파악했다고 주장했으나, 독극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경찰은 암살을 시도한 여성 용의자들이 기존에 알려진 헝겊이나 액체 분사 형태가 아니라 맨손에 독극물을 묻혀 김정남 얼굴에 바르는 식으로 공격했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손의 피부엔 이상이 없고, 얼굴의 코와 입 등의 점막을 통해 작용하는 신종 독성 물질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가기관급 시설에서 제조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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