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 시인의 대표詩 ‘남해 금산’-

마치 자신의 고독과 방황을 위로해주는 뮤즈처럼
시인에게 금산은 그렇게 다가섰다.

살포시 포개진 입술 사이로 단단한 이가 감추어져 있고
부드러운 생선 살 안쪽으로 억센 뼈가 숨어 있듯.

잔잔한 남해를 굽어보듯
삐죽삐죽 우뚝 솟아 그 위용을 자랑하는 남해 금산(南海 錦山)

‘바다에 문득 숯불처럼 달아오른 비단 산’이어야 제격이다.

바다 없는 금산은 앙꼬 없는 찐빵이랄까.
남해 금산이 꼭 그렇다.

아득히 펼쳐지는 다도해와 이름 모를 기암들
여기에 단아하게 수놓은 여인의 치마폭 같은 산수가 한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비단같이 아름답다.

남해 금산은 예로부터 빼어난 절경 덕에 ‘소금강산’이라 불렸으며
중생의 소원과 기도를 들어주는 해수관음의 성지 ‘보리암’을 품고 있기로도 유명하다.

또한 중국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이곳을 왔다 갔다는
서불의 이야기가 담긴 ‘서불과차암’을 비롯해 무수한 전설의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다.

금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이자 정상인 봉수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인 금산과 남해 바다의 광활한 경치가 교차하며 황홀함을 선사하니

억겁의 세월을 견뎌 제 몸을 부수고 가른 남해 바다가 없었다면
금산의 비경을 만날 수 있었을까.

오르는 내내 저 멀리 다도해의 숱한 섬들이 멋진 절경을 내어주고

촘촘하고 빽빽하게 비단결 짙은 편백나무 숲이 마치
어머니의 품 같은 폭신한 느낌마저 안겨주는 산.

돌로 시작해서 돌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금산 38경을 휘두르고 있는 기기묘묘한 바위 불꽃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맵싸한 냉기가 코끝을 스치는 2월.
탐방팀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비단처럼 고운 ‘남해 금산’을 찾았다.

(사진촬영/편집: 김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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