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덧글, 코멘트(comment), 리플(reply)이라고도 한다. 인터넷 게시물 밑에 있는 댓글란에 남긴 글을 댓글이라고 한다. 게시물과 관련한 독자의 짧은 의견이다. 필자는 처음엔 댓글을 창(唱)에 쓰이는 추임새 정도로 생각했다. 추임새는 장단을 짚는 고수가 ‘얼쑤’ ‘좋다’ ‘으이’ ‘얼씨구’ 등의 말을 넣어 주며 노래하는 이의 흥을 돋궈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맞장구 쳐주는 것이다. 나아가 다양한 대화와 정보교환, 논리적인 토론 및 토의가 이루어지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여겼다. 댓글문화가 활성화되면 네티즌들에게 좋은 것 나쁜 것을 가려주는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부분임은 물론이고.

그러나 댓글문화가 상업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교묘하게 악용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다. 볼썽사나운 인신공격과 정략적인 왜곡으로 비화되는 것을 보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조직적인 정치집단에 의해 ‘댓글조작질’이 행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다 못해 망국적인 사태라는 느낌까지 든다. 박근혜 대통령이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어쩌면 읽어보았는지도 모르겠으나 박 대통령과 관련한 뉴스기사 밑에도 칭찬글과 함께 악의적인 댓글이 엄청나게 많이 달린다. 댓글을 읽는 누군가는 속시원하다고 느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일국의 대통령에 대한 결례요, 어이없는 공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가하면 돌이켜봐도 못내 찜찜한 역사가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작업은 법원 판결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또한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도 상부의 지시에 따라 정치댓글로 조직적인 정치개입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뒤늦게라도 국정을 바로잡아야 국가 기강이 바로 설 텐데.

각양각색 댓글부대의 댓글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라이브(live)로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최근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한 뉴스를 검색해보더라도 극찬티와 극안티가 뜨거운 댓글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최순실 모녀 의혹, 미르·K재단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보도 등에도 조직적인 댓글을 앞세워 피 튀기는 보혁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댓글 중 상당수는 ‘노빠’ ‘문빠’와 ‘일베충’ 등이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것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어느 댓글이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것인지, 그리고 어느 댓글이 악의 없이 순수하게 쓴 글인지 알 수 없다. 냉철하자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하지만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세뇌당하는 듯한 묘한 기분마저 들 때가 있다. 정치적 목적에 의한 양극단의 첨예한 대결은 읽기 당혹스럽다. 폭력도 이런 폭력이 없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에게는 무거운 피로감과 말 못할 짜증이 엄습한다. 어느 집단은 댓글부대원이 수십만명에 달한다는 루머도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인터넷 여론 통제를 위해 1천만명의 ‘댓글 알바단’을 모집해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강남구 댓글부대’ 사건이라는 것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인터넷 사이트에 서울시 비난 댓글을 강남구청 공무원 14명이 310여건이나 무더기로 게시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며 직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수사의뢰 했었다.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제20대 총선에 서울시장과 강남구청장 모두 출마하지 않았고 2018년 지방선거와 시기적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댓글 내용도 ‘서울시 정책에 대한 비판·반박 의견’과 ‘언론보도 사안에 대한 단순한 의사표시’ 등에 해당하므로 댓글이 특정 목적의지를 수반한 선거운동으로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결정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선 대선 직전에 특정후보 당선과 낙선 등 정치적 목적을 지닌 댓글이라면 반드시 형사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공무원들이 특정한 근무시간에 집단적으로 댓글을 달아도 댓글 내용이 정책에 대한 비판 위주라면 처벌대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생각건대, 사정당국의 대선 수사와 기소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와 ‘현존하는 위험’의 법칙을 감안해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후약방문보다는 적기시정조치가 적절하니까.

무엇보다도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적어도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큰 정치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러하다. 정략적 목적으로 더티한 여론과 왜곡된 민심을 생산해내는 댓글부대부터 자체조사로 찾아내 해산시키자. 그리고 지지자들과 함께 대대적인 자정·자제 노력을 약속하는 대국민선언을 해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를 속이지 않고 국민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참지도자의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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