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마침내 제후들의 연합군은 함곡관에서 가까운 신안 땅에 이르렀다. 제후들의 군사는 옛날 노역이나 변경의 수비에 동원돼 관중을 지나갈 때 진나라의 병사들에게 온갖 학대를 받았던 자들이었다. 그 때문에 진나라군이 투항하자 이번에는 그들을 노예처럼 학대했다. 참다못해 진나라의 병사들은 저희끼리 모인 장소에서 불만을 털어놓곤 했다. 

“장한은 우리 신세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항우에게 항복해 버려서 이 꼴이 된 거야. 관중을 공격해서 진나라를 정복할 수만 있다면 문제는 간단하겠지. 그러나 오히려 패배해 쫓겨나는 날엔 어떻게 되겠나? 제후들은 우리를 포로로 하여 돌아갈 것이고 관중에 남아 있는 우리 가족들은 진나라군에 의해 몰살을 당할 것 아닌가?”

이들이 수근대는 소리는 마침내 항우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항우는 즉시 경포와 포 장군을 불러 그들을 모두 없애라고 명령했다. 

“진나라 군사들은 숫자도 많으려니와 진심으로 우리에게 복종하고 있지 않다. 관중에 들어간 다음 그들이 배반하기라도 하면 그땐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아예 일찌감치 죽여 없애 버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관중에는 장한과 장사 사마흔 그리고 도위 동예 이렇게 세 사람만 끌고 가면 충분하다.” 

항우의 명령은 실천에 옮겨졌다. 초나라 병사들은 투항해 온 진나라 군사들을 밤에 쳐들어가 20만명의 대군을 신안 땅 남쪽에 산 채로 생매장해 버렸다. 

항우의 군사는 진나라의 영토를 공격하면서 드디어 함곡관에 이르렀다. 그때는 이미 유방의 군대가 함곡관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항우의 군대는 앞길이 막혔다. 더구나 유방이 이미 함양을 함락시켰다는 보고를 듣고 항우는 펄펄 뛰었다. 그는 즉시 경포에게 함곡관의 공격을 명령하고 자신은 단숨에 회수의 서쪽까지 나아갔다.   

유방은 군사를 패상으로 철수시킨 뒤여서 항우와는 직접 연락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무렵 패공의 좌사마 조무상이 항우에게 밀사를 보내 패공을 헐뜯는 말을 전했다. 

“유방은 관중의 왕위를 노려 우선 진나라의 왕인 자영을 재상의 자리에 앉혔으며 진나라의 보물들을 모조리 손에 넣었습니다.” 

그 말을 전해들은 항우는 몹시 화를 내었다. 

“내일은 출정하여 유방의 군사를 모조리 짓밟아 버리겠다.” 

항우의 군사는 40만명이 신풍의 홍문에 포진해 있었고 패공은 불과 10만의 병력으로 패상에 주둔하고 있었다. 항우의 진영에서 범증이 항우에게 경고를 했다. “패공은 산동에 살 때에도 욕심쟁이인데다가 계집질로 소일하는 형편없는 위인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지금 관중을 점령한 뒤로는 재물은 물론 여자도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소문입니다. 아무래도 그 뜻이 심상치 않습니다. 제 수하에 있는 점쟁이에게 유방의 기를 점치게 했더니 패공은 오색으로 꾸민 용호의 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천자의 기입니다. 때를 놓치지 말도록 하십시오. 한시라도 빨리 패공을 잡아 죽여야 합니다.”

초나라의 좌윤인 항백은 항우의 작은아버지로 일찍이 유휴 장량과 친하게 지냈었다. 장량은 그때 패공의 진중에 있었다. 항백은 밤중에 유방의 진영으로 말을 달려 은밀히 그와 만났다. 항백은 사태의 심각성을 장량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위급함을 피하라고 충고했다. 

장량은 그의 말에 이제껏 패공을 보좌해 온 사람으로 이제 와서 위기를 못 본 척하고 도망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거절했다. 장량은 항백이 잠시 머물고 있는 사이 패공의 침실로 찾아 가서 방금 들은 얘기를 보고했다. 깜짝 놀란 유방에게 장량은 항우가 함곡관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라고 말한 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유방은 함곡관에서 제후를 막으면 진나라 영토가 모두 손에 들어온다는 그 말을 듣고 그랬노라고 했다. 

장량은 지금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항우의 대군을 대적할 수 없다고 말하며 항백에게 항우를 배신할 의사는 없었다고 말하라고 조언했다. 그 말에 항백과는 어떤 사이냐고 유방이 장량에게 물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친구이며 항백이 사람을 죽이고 잡혔을 때 장량이 구해 준 일이 있었으며 그가 연상이라고 말했다. 

“항백이 연상이면 나도 그를 형님으로 불러야 되겠군. 이곳으로 항백을 모셔 오시오.”

장량은 물러가서 항백을 만나 유방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패공은 항백을 만나 우선 그의 장수를 빌어 건배하고 인척 관계를 맺는 서약을 주고받은 뒤에 입을 열었다. 

“저는 관중에 먼저 들어오기는 했으나 무엇 하나 손댄 것이 없습니다. 관민의 명부를 정리했고 곳간을 봉인해 놓고는 항 장군께서 오시기만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함곡관에 군사를 보낸 것도 도적의 침입을 막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일 뿐이었습니다. 장군께서 하루 빨리 도착하시기만을 마음속으로 빌고 있었던 자로서 어찌 그 분을 배신할 수 있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제발 제 뜻을 항 장군에게 잘 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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