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수채화

박영춘

 

산 그림자가 
어스름을 뒤집어쓰고
강물 위에
한가로이 누워있다

휘영청 월광은
들녘을 지나 야산 자락
산새들 울어대는 잔솔밭에
시냇가 징검다리에
은빛 가루를 뿌려 놓고 있다
  
훤한 얼굴 달님은 
철탑 전기선 위에 졸고 있다가
건너 마을 개 짖는 소리에
화들짝 놀래서 
잿빛구름 속으로 숨어버리고 있다

동네 어귀를 지나
여명을 마중 나가는 기러기 떼가
동녘 하늘에 신의 작품이련가 
수채화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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