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김재호

 

어둠이 내려앉은 거실
유리창으로부터 빌려온 한 종지 빛
콘솔 위에 머문다

하얀 안개꽃 석단
누이처럼 곱게 익어간다

뿌리와 가지로부터 외면당한 채
사각의 정형화된 콘크리트 속에서
숨 가쁘게 길어 올리던 물질
손가락 사이사이 마른 빛이 머문다

빛과 시간
바짝바짝 타들어 가던 수관이 멈추던 날
마지막 한 방울
늙은 어미의 마른 젖인 양 빨다 지쳐 쓰러진다

마른가지 사이로 여윈 누이의 얼굴에
주홍빛 선혈이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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