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냥 그렇게 살고 싶다

유하 임호순

 

졸졸졸 시냇물 소리
맑고도 곱게 노래하며 흐르지만 
나, 그냥 소리 없이 
그렇게 살고 싶다

앞산 소나무
지나가는 바람 안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살아가지만
나, 그냥 지나가는 바람처럼 비켜가며 
그렇게 살고 싶다

새해 알리는
새벽 단잠에 닭 우는 소리 
졸린 눈 껌벅이며 하루를 열었는데
고단한 몸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볼까 하니
아득히 들리는 제야의 종소리가 
그냥 그렇게 살라 한다 

이제는 미움도 사랑도 남아 있다면 
다 내려놓고 그냥 이렇게 살고 싶다 
새벽을 흔드는 장닭의 긴 목울음 
힘줄이 부풀어 올라도 
졸린 눈 비비지 않아도 될 때까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