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춘운

 

나의 어린 시절은 
어머니를 볏짚으로 태워 
뼈를 뿌린 강가에서 살았다

내 친구들도 하나 둘 
그 강가에서 태어나 
그 강가를 떠나버렸다

혼자서 물 담은 하늘을 오고가며 
어머니 생각으로 땅거미 질 때
도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봄, 여름, 가을이 가고 
발바닥이 시린 겨울이 오면 
끼니 걱정으로 강가에 나가질 않았다 

세월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세월
동네에 많았던 머루나무, 살구나무 
모두 사라져 버린 지 몇 십 년, 
나의 기억은 강물처럼 흘러버렸다

철새는 계절마다 날아갔다 오는데
나는 철새만도 못했나 보다 
산천에 목 놓아 부르던 소리는 없고 
강가에 모래밭과 강물만 기다리고 있었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보노라면 
하나둘씩 도시로 떠난 친구와 
하나둘씩 하늘로 떠난 친구가 그리운 것은
고향 산천과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의 터전이었다
이곳은 그리움에 얼어붙은 가슴이었다  

저녁노을은 내 나이만큼이나 붉게 물들어 있고
어둠이 깃들어 강물이 보이지 않고서야
마음 놓고 시골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 나를 키워준 어머니여
아, 나의 고향의 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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