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누리당이 6일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8.9 전대 선거관리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전대를 한 달여 앞두고 당 대표 경선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날까지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는 이주영, 김용태 의원에 이어 이정현 의원까지 모두 세 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비박계의 정병국 의원과 친박계의 홍문종 의원 등도 출마를 공식화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나경원 의원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무튼 크게 보면 친박계와 비박계의 정면 대결 양상이다.

대안 없는 친박계의 고민

새누리당의 차기 당 대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당장 위기에 처한 당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임기도 마무리해야 한다. 어디 이뿐인가. 차기 대통령선거를 관리하면서 정권재창출도 이뤄내야 한다. 어느 것 하나도 간단치 않다. 차기 당 지도체제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해 대표에게 사실상의 전권을 준 것도 이런 배경이다.

문제는 이런 당 대표를 누가 맡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친박계 입장에서는 차기 당권이 아주 절박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말을 관리하고 정권재창출을 주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비박계로 당 대표가 넘어갈 경우 친박계 와해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우선 친박계가 당권부터 장악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금은 딱히 내세울 사람이 없다는 점이 큰 고민이다.

사실상 친박계를 이끌었던 최경환 의원은 총선 참패에 대한 화난 민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고자 했지만 결국 어설픈 ‘단심가’를 끝으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친박계 주요 인사들은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에게 매달리는 모습이다. ‘추대론’ 운운하며 읍소하듯이 서 의원의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답이 아니다. 혹여 70대 중반의 8선인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민심에 부응한다고 보는 것일까. 착각도 보통이 아니다. 물론 경선에서 이기기도 어렵겠지만 말이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좀 더 냉철해져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자니 대안이 없고, 물러서자니 낭떠러지 같은 형국이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민심을 거스르는 일은 곤란하다. 총선 참패에 분노하는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총선 결과보다 그 과정은 한마디로 ‘막장’이었다. 그 주역들이 다시 당권을 기도한다면 여론의 직격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따라서 친박의 컬러로는 어렵다. 비박의 김용태, 정병국 의원 등이 두렵다면 ‘제3의 대안’으로 돌파해야 한다. 더욱이 게임의 룰을 뒤집는다든지 백의종군까지 번복한다면 끝장이다. 지더라도 당당하게 져야 한다. 친박계보다 새누리당이 먼저이고, 새누리당보다 박근혜 정부가 더 절박하기 때문이다. 다시 오만과 꼼수로 민심을 내치는 그런 일만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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