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신공항이 경남 밀양이냐, 부산 가덕도냐를 놓고 벌였던 지난 10여년의 논쟁이 너무도 허망하고 안타깝다. 현재의 김해공항으로 부족하다면 당초부터 확장 방안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았어야 했다. 물론 예닐곱 번의 연구용역 결과, 김해공항 확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밀양이나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다면 그간의 연구용역은 무엇이란 말인가. 모두 연구 부실이요, 맹탕이란 말인가. 아니면 프랑스 연구용역 업체(ADPi)와의 수준 차이란 말인가. 그건 아니다. 프랑스 연구용역 업체도 인정했듯이 다분히 ‘정무적’ 판단이 개입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신공항 문제는 결국 비용이나 효용성 또는 타당성 문제로 결론이 났다기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지지기반 두 동강이 두려웠다

영남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는 지난 4.13총선에서 영남권의 붕괴 조짐을 간파할 수 있었다. 수도권이나 충청권은 논외로 하더라도 영남권에서의 지지층 이탈은 곧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 특히 지지층 붕괴의 방식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은 ‘감정적 대립’으로 어느 한 쪽이 완전히 등을 돌리는 것이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경우가 그것이다. 신공항을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는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선정국을 앞두고, 또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을 앞두고 이보다 더한 악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대구를 버릴 경우 부산 민심은 잡을 수 있겠으나 선대부터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쌓아왔던 업적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히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이후도 담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부산을 버릴 경우 그 순간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퇴와 함께 부산 시민들의 저항을 이겨낼 방법이 없을 것이다. 이미 지난 4.13총선에서 분노한 부산 민심을 확인했던 터였다. 따라서 부산 민심의 폭발은 곧 대구·경북의 정치적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며 동시에 여권 발 정치지형 변화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 또한 최악의 선택인 셈이다.

이런 최악의 선택을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김해공항 확장안’을 택한 것이다. 게다가 ‘대선공약 파기’라는 딱지까지 붙을까봐 김해공항 확장을 억지로 ‘신공항 건설’이라고 주장하는 무리수까지 보이고 있다. 말 그대로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오만함에 다름 아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좀 더 솔직하게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불가피한 부분은 이해를 구해야 한다. 최악의 선택은 피했다지만 무엇이 최악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신공항 문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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