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글로벌경제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으며 과거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했던 제조업은 성장률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더 이상 성장엔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로 보호주의 경향이 더 강화되자 내수중심의 서비스업 육성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 해외 주요국들도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을 개편하고 서비스산업의 전략적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전국 250곳 이상의 대학, 재단, 민간기업 등이 참여하는 4개의 빅데이터 허브를 구축하고 여기서 수집·가공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사업비를 지원하여 서비스 산업을 육성한다. 독일은 ICT를 활용하는 ‘스마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동유럽·중동·러시아·아프리카 등 부호들을 대상으로 환자 유치사업도 하고 있다. 일본도 IT를 서비스업에 접목하는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고 유망 서비스산업에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해 집중육성하고 있다. 영국은 관광산업, 디지털 콘텐츠 산업 등을 국가정책사업으로 선정, 추진하고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홍콩은 1995년부터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에 진력하고 있다. 그 결과 금융, 무역 및 물류, 관광 등 서비스부문이 2012년 기준 GDP의 93%로 세계에서 서비스경제화를 가장 잘 이룬 나라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1990년 이후 20여년간 제조업 일자리는 90만개가 줄었지만 서비스업 일자리는 800만개 넘게 늘었다. 청년실업문제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정부도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7월 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했다. 유망 서비스업을 육성해 2020년까지 일자리 25만개를 창출하기로 했다.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감기약, 진통제 등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 품목을 늘리는 등 핵심 규제들을 조기에 개선한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정보는 수집·이용할 때 사전 동의 의무제를 완화한다. 서비스업도 제조업처럼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나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서비스 분야 정책자금도 올해 39조원에서 2020년에는 54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하반기부터는 유망한 신(新)성장 서비스 업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강화한다. 산업단지 산업시설 구역에 입주 가능한 서비스 업종도 현행 73개에서 연내에 100개로 확대한다. 작년 기준 199조원 규모인 공공 조달 시장에서도 서비스 분야 조달 비중을 작년 기준 18%에서 2020년 30%로 늘린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융합해 고부가 가치 창출에 나선다. 정부의 R&D 예산 중 서비스업 비중을 올해 3%에서 5년 뒤 6%로 늘리는 방법으로 총 4조 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서비스산업 활성화대책은 현 정부 들어 7번째이다. 매년 엇비슷한 서비스 산업 육성책 발표가 반복되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육성대상 7대 유망 산업도 보건·의료, 관광, 콘텐트, 교육, 금융, 소프트웨어, 물류 산업으로 똑같다. 규제를 풀고 진입 장벽을 낮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골자도 비슷하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 법무시장 개방 확대 등 일자리를 폭발적으로 늘릴 것으로 기대되는 핵심 대책들은 빠져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국회에 제출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4년 6개월이 흐른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매번 이해집단의 반발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에는 국회에 기대지 않고 정부차원에서 추진 가능한 것부터 우선 추진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산업 현장의 규제를 앞장서 풀고 산업 간, 기업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시행령을 고쳐서 되는 일은 먼저 해야 한다.

국회도 달라져야 한다. 20대 국회에서는 6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 서비스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에 꼭 필요한 의료법, 은행법, 산악관광진흥법 등도 전향적으로 제·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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