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0)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포켓몬 고는 닌텐도와 포켓몬 주식회사, 구글에서 분사한 게임 개발사 나이언틱 3사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공동개발한 차세대 모바일게임이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인공지능’ ‘가상현실’과 더불어 정보기술(IT) 분야의 새로운 키워드다. 가상현실이 100% 허구의 세계를 추구하는 반면, 증강현실은 실제와 허구 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결합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특정 장소를 비추면 화면에 포켓몬 캐릭터가 나타나고 이용자가 이를 포획하고 훈련시키며 전투도 하고 거래도 할 수 있다. AR 기술을 활용함으로 가상과 실제 세계의 경계가 없다. 포켓몬 고는 금년 7월 5일 호주와 뉴질랜드에 먼저 출시되고 7일에는 북미에 출시됐으며 현재 35개여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북미에서는 출시 24시간 만에 앱 스토어 ‘최고 매출(Top Grossing)’ 및 ‘무료(Free)’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SN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등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포켓몬이 출현하는 장소나 거리에 사람들이 운집하는 등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포켓몬 고는 핵심요소로 구글 지도를 이용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안문제로 구글 지도의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출시가 안 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 해외 우회 계정이나 안드로이드 설치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실행한 포켓몬 고가 강원도 속초 일대에서 구동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포켓몬 고를 하려고 사람들이 속초로 몰려가고 있다. 속초지역은 예약은 평소보다 400% 이상 증가하고 우리나라에서도 포켓몬 고 설치파일을 다운로드한 이용자가 이미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한편 포켓몬 고 게임이 출시되자 포켓몬 잡이에 몰두하는 이용자들로 인해 안전사고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실제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한 운전자가 고속도로에 나타난 포켓몬을 잡으려고 차를 멈추었다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포켓몬 고가 유발할 수 있는 증상과 사고 5가지를 정리해 보도했다. 햇볕으로 인한 화상, 피부 손상, 골절 및 염좌, 물집(수포),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 등이다.

포켓몬 고는 한때 게임강국이었으나 단기성과에 급급해 온 국내 게임산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유료 아이템 실적이나 이용자 숫자 등 눈에 보이는 실적을 추구하느라 게임의 스토리나 캐릭터 개발을 소홀히 했다. 한국은 게임 종주국이라지만 20년간 살아남는 게임은 하나도 없다. 한국 게임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캐릭터 개발도 병행되어야 한다. 국내 주요 게임업체는 현재 PC 온라인과 일반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고 있고 AR관련 게임 개발 도구(Tool)도 부족하고 개발 움직임도 별로 없다. 국내 기술개발은 증강현실보다는 가상현실에 치우쳐 있다. 게임 콘텐츠 및 산업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시장 확대를 위해서 게임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은 주변 기기가 발달한 VR 게임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증강현실의 무한한 미래 가치를 간파하고 대대적인 투자에 착수했다. 증강현실 기술 개발 신생 벤처 기업인 매직리프에 구글, 퀄컴, 알리바바, 워너브러더스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 등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증강현실 구현을 위해선 디스플레이, 각종 센서 등 하드웨어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고도화된 소프트웨어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증강현실의 플랫폼과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또한 공공이 보유한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해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리고 증강현실의 확산에 걸림돌이 되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보안 기능이 강화된 데이터 처리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포켓몬 고의 열풍이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재도약과 증강현실(AR)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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