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가 결정되면서 세계 외환 금융시장의 폭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우리 관광업계는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인관광객(요우커)을 사이에 두고 최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엔화강세, 원화 약세라는 태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 관광청에 의하면 올해 5월까지 누적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973만여명으로 방한 관광객 656만여명보다 300만명 이상을 능가했다.

한때 한국은 일본보다 많은 외국관광객을 유치했다. 2011년 한국 979만명 대 일본 622만명, 2012년 1114만명 대 836만명으로 한국 관광객이 일본 관광객을 앞섰다. 우리 정부와 업계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국제관광경쟁력지수(2015년)에서 일본은 세계 9위로 한국의 29위에 앞선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터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공포가 일본을 ‘관광 기피국’으로 만들었고 일본 여행비용을 폭등시킨 엔고(円高)가 본격화했으며 중·일 간 영토 분쟁으로 인해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일본 관광을 사실상 통제하는 등으로 중국인의 한국 관광 특수에 기인한 점이 크다.

그러나 2015년에는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은 1974만명으로 1323만명인 한국과 600만명이라는 압도적인 격차로 역전했다. 일본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를 정상화했다. 지난해부터 엔화약세의 영향으로 외국인 인기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일본 정부도 관광을 ‘제2의 내수’로 보고 2020년 관광객 4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비자발급과 입국심사를 간소화하고 편의점, 고속버스에도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등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강화한 결과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한국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확산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영향으로 외국인의 한국 관광유치에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세계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성향이 강해지면서 최근 달러 강세와 엔화가 급등하고 있다. 달러와 엔화의 강세는 중장기적으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낮추는 요인도 되지만 엔화 급등은 당장 외국인들, 특히 요우커들이 일본보다는 한국여행을 선호하게 하는 등 여름휴가 성수기를 앞두고 관광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물론 한국인들의 유럽여행 등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져 국부의 유출도 증가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으로 인한 관련 매출증가가 더 기대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지난 6월말에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비심리를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행사 및 국내 관광·레저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해외관광객을 유치하고 내국인의 해외소비를 국내 소비로 유도하기 위해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그랜드세일을 개최하고 다양한 즐길 거리를 통해 범국민 쇼핑관광축제로 확대시킬 계획이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중교통·관광지·숙박·음식점 등을 통합해서 이용하고 할인받을 수 있는 시티패스나 기차-고속버스 통합 광역교통패스 등 지역관광패스도 도입할 것이며, 관광인프라 확충과 함께 해양레저 등 콘텐츠를 발굴하고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호텔리츠에 대해 관광진흥기금을 통한 시설·운영자금도 지원한다. 마리나·크루즈 등 해양레저 활동을 활성화하고 캐디·카트 선택제를 확대해 골프 대중화도 지속 추진한다. 또한 정부는 국민휴식권 보장, 내수 활성화를 위해 공휴일제도 전반을 검토해 합리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이번 브렉시트라는 위기를 한국이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3대 문제점으로 지적한 ‘불편한 관광 환경’ ‘견고한 입국 장벽’ ‘부족한 관광 콘텐츠’를 해결해야 한다.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같은 한류 스타 마케팅을 강화하고 관광산업에 발목을 잡는 규제를 개혁하고 관광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관광 예매 홈페이지에 중국어나 영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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