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사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인사·경리·영업 등을 담당하는 사무직과 연구개발(R&D) 담당 기술직 등 2만 5000명으로 도요타 본사 전체 직원 7만 2000명의 35%에 이른다. 토요타가 도입한 재택근무 방식은 컴퓨터·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출근하지 않고 일하는 텔레워크(telework)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텔레워크(telework)로 일하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 2000년 말 2.0%에 그쳤던 텔레워크 기업 비율은 2014년 말 11.5%로 증가했다. 미쓰이(三井)물산도 이달부터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국내에 근무하는 사원 3700명 전체를 대상으로 상사에게 허가를 받으면 텔레워크(telework)로 근무할 수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국가적 과제이다. 도요타는 국가적 과제 해결을 기업 차원에서 협조하고 자사의 인재 이탈도 막으려 이번 조치를 실시했다. 아이를 키우느라 사표를 쓰는 ‘경력 단절 여성(경단녀)’과 유능한 중견 사원이 노부모를 돌보려고 하는 ‘간병 이직’ 현상이 늘고 있는데 도요타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부모를 돌보는 사람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서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이쿠멘(イクメン)’을 지원하기 위해서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이쿠멘은 ‘기를 육(育)’의 일본어 발음 ‘이쿠’에 남성(man)을 뜻하는 ‘멘’을 합성한 일본말 신조어이다. 도요타는 “유능한 사원이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쭉 다니는 것이 기업에도 플러스” 된다고 밝혔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도요타 본사의 인사·경리 담당 직원은 집에서 컴퓨터로 일하고, 영업 사원은 외부를 돌다가 바로 퇴근할 수 있게 된다. 회사에 나오는 시간도 회사가 정하지 않고 업무 특성을 고려해 개개인이 직접 정한다.

재택근무는 기업 차원에서는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대면 기회 감소로 조직 내 소통이 지장을 주며 유대감 실종, 회사 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는 고령화 인구와 장애인 직원에 대한 기회 확대, 특히 여성이 직장에 다니면서 일도 하고 출산과 육아를 할 수 있어 여성노동력의 활용과 저출산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출퇴근에 따른 교통정체와 환경오염 감소 등 긍정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용절감 등으로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울러 저출산 해결은 국가적 과제이지만 미래의 생산 주체이자 소비 주체가 줄어드는 기업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일본 대기업들이 도입한 재택근무는 대부분 육아·간병이 필요한 직원을 대상으로 한 부분적 시행이었다. 도요타의 재택근무는 기존 기업들에 비해 대상이 크게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근무 방식도 파격적이다. 일주일에 2시간만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보고 나머지는 모두 집이나 밖에서 업무를 보면 된다. 급한 회의나 사무실에서 챙겨야 할 일이 있기 전에는 회사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대기업인 도요타가 생산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종에 파격적인 재택근무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년 연속 세계 판매대수 1위를 기록한 도요타는 일본 재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일본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일본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다. 올해를 정점으로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든다. 출산율은 일본의 1.4명보다 우리는 1.2명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은 도요타처럼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는 곳이 없다.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 설치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한 사업장도 53%에 불과하다.

도요타의 파격적인 재택근무를 우리 기업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도 기업들의 재택근무 도입을 독려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려면 직원에게 업무를 명확히 부여하고 그것을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재택근무가 보직, 승진 등 인사와 보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업문화의 확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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