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안개 속에서 비공개로 논의되고 있음에도 북 도발에 대비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는 머지않아 어딘가에 배치가 이루어질 듯 보인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이른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도리어 북에 핵 기술 고도화를 달성할 시간을 벌어준 빌미가 돼주었을 뿐이다. 허풍(bluffing)이 끼어있긴 하지만 미국과 한국, 일본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저들의 핵 공갈이 이제는 진짜 얼마나 그 같은 핵 기술 진전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인가를 예의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다다랐다. 군사적인 도발과 대응, 나선(螺旋)형으로 고조되는 무기 측면에서의 ‘창’과 ‘방패’의 경쟁이 급기야 위험한 무력 충돌의 국면을 부를 소지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무서워 대비 태세를 갖추지 않는 것은 머지않은 장래에 치욕과 굴욕을 우리에게 예약해놓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그렇게 본다면 저들의 핵무기에 맞서 우리 역시 핵을 개발해 보유하려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정당하다. 그렇기에 불 보듯 빤하게 예상되는 것이 핵클럽 국가들의 집요한 견제와 방해일 것이지만 이에 지레 겁을 먹고 ‘결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은 주권 국가로서 가져야 할 당당한 모습이 아니다. 북을 압박하고 북에 대한 세계의 비핵화 압력을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정당한 핵 대응 의지와 논리에 대해 핵클럽 국가들이 첨예한 관심을 가지며 이해의 폭을 넓혀가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당장 우리가 안심할 수 있는 조치로서 동맹의 핵우산 제공이 실질적 즉흥적 자동적으로 가동되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일본은 필요하면 단기간에 수백개의 핵폭탄을 만들어 가질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더는 비밀도 아니다. 미군 기지가 산재해있는 일본이 받는 북의 핵 위협이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더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날로 고도화돼가는 북한의 핵폭탄과 핵 투발 수단에서 비롯되는 핵 위협의 최일선이며 제1차적 위협대상이 우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어도 일본만큼의 핵 준비는 당장 우리도 갖추고 있는 것이 공평하다는 것을 쭈뼛거림 없이 강력하게 설파해나가거나 추구해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북의 핵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은 우리가 당면한 엄연하고도 우려할 만한 현실이며 도발이고 불장난이다. 이에 대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하던 그것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우리의 주권 사항일 뿐이다. ‘THAAD’체계 배치가 그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기들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며 완강하게 반대해오고는 있지만 그들이 지켜주지 못하는 우리의 안보이익을 그들의 안보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포기할 수는 없다. 그들은 은근히 보복을 내비친다. 그것이 무서워 THAAD체계의 배치가 불가피한 것으로 결론을 냈으면서도 좌면우고한다면 우리는 사사건건 그들의 간섭을 불러들이며 우리 스스로 얕잡히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 된다. 이는 세계적으로 우리의 자존을 훼손하며 비웃음을 자초하는 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보복이 우리에게 올지는 모르지만 길게 보아 우리의 자존이 훼손당하고 비웃음을 받는 손실보다 더 큰 손실이 될 수는 없다. 

북이 핵실험과 함께 핵을 실을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면서 일본과 태평양의 미군 기지를 타격하며 심지어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을 되풀이하는 상황과 맞물려 미군의 전략 자산들이 한반도 주변에 자주 출몰하는 것은 굳이 공개를 꺼리는 사실도 아니다. 핵 시설은 물론 북의 주요 지휘 및 전략 목표물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가공할 첨단 전략 자산들이 더욱 빈번히 출동하는 것은 예사롭게만 볼 수 없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더 말할 것 없이 북의 지나친 불장난과 도발이 출동 횟수를 늘려 놓는 것이지만 한 번 출동에 적게는 수천만원 때로는 수억원 내지 수십억원씩 드는 비용을 감수하면서 한반도 주변에 전개되곤 하는 것을 미군의 종이호랑이 놀음(game)쯤으로만 보아 넘길 때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미국을 향한 북의 불장난이 갈수록 가증스러워지고 있는데다 북의 기만적 협상 전술에 미국의 인내심이 바닥났다고 보는 것이 무리가 아니며 지금 와서 실효적인 군사 압박수단을 새롭게 구사하지 않고서는 북의 망동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을 미국이 뒤늦게 깨달았다는 짐작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에 자주 전개되는 미군의 첨단 전략 자산들은 융단폭격과 정밀 폭격이 모두 가능한 B52 및 B2스텔스 폭격기,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적진에 침투해 한 치 오차 없는 폭격을 퍼붓는 F22, 무한 잠항으로 육상 수중 해상 목표물 공격과 특수전, 항구 봉쇄 능력을 두루 갖춘 핵잠수함, 1척이 일개 보통 국가의 군사력과 맞먹는 무장을 탑재하고 다니는 항공모함 전단 등이다. 특히 항모 전단은 전례없이 2개 전단이 한반도 주변을 누빈다. 만약 이 같은 첨단 전력이 총동원된다면 북이 순식간에 초토화되고 만다는 것을 아마 북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한국전쟁 때처럼 마오쩌둥 군대가 구사한 인해전술이 통하는 시대도 아니어서 북은 내심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활발해진 미군의 움직임은 결코 북에 상서로운 일이 될 수 없다. 물론 우리에게도 걱정을 안겨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어떤 의원은 대정부 질문을 통해 ‘최근 미국이 북에 대한 선제공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정부와 의논한 적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당국자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하자 ‘그럼 검토하고 의논한 적은 있는데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냐’고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을 바라는 국민이 있을 것 같지 않으며 전쟁 얘기에 불안해하지 않을 국민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점에서 그 질의와 추궁의 진정성과 발언의 배경에 대해 공감을 못 느낄 것은 없다. 그렇지만 평화를 깨는 근원은 북의 핵개발이고 도발이며 불장난이다. 이에 대해 호되게 비판하고 경고도 날렸어야 공정하고 균형감 있는 추궁이 됐을 뿐만 아니라 북이 우리의 엄중한 안보 및 평화수호 국론을 좀 더 준엄하게 여기는 계기가 돼주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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