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 주최로 22일까지 이어지는 ‘2016년 가톨릭 부제들의 교회일치와 종교 간 대화’가 20일 시작된 가운데 부제 140여명이 성균관을 방문해 강연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주교 예비 성직자들, 이웃 종교 이해 나서
유교·불교·개신교·정교회 등 사흘 동안 탐방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유교에서 천(天: 하늘)의 의미는 뭔가요.”

“성균관 명륜당에서도 선비들이 숙식을 하면서 수학하는 기숙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던데요. 하루 일상이 어땠나요.”

가톨릭 성직자인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서 수학하고 있는 부제들의 눈이 호기심에 반짝거렸다. 자신의 종교와는 전혀 다른 타종교를 믿는 종교인을 향한 질문들이 터져 나왔고 대답을 듣는 부제들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가 때때로 박장대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오는 22일까지 이어지는 ‘2016년 가톨릭 부제들의 교회일치와 종교 간 대화’가 시작된 첫날인 20일, 부제들은 성균관 명륜당을 방문해 유교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 주최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전국 15개 교구 및 수도회 소속 부제 140여명이 참여했다.

“선비들은요. 신발을 신은채로 이 디딤돌을 절대 딛지 않았습니다. 디딤돌 아래서 신발을 벗어 정리를 한 후 높은 마루에 오르기 위해 딛고 오르는 용도였지요. 신발을 벗어 놓을 때에도 신고 나갈 때를 대비해 앞코가 바깥을 향하도록 정리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명륜당에 올라올 때에는 제일 처음 사람은 신발을 벗어 놓은 채 올라갔고, 뒤에 오는 사람이 앞 사람의 신발을 정리한 후 자신의 신발은 벗어놓고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차례대로 모두 올라갔을 때 마지막 사람이 자신의 신발까지 정리하고 올라갔죠.”

가톨릭 부제들이 가장 먼저 방문한 유교는 우리나라 7대 종단 중 하나다. 부제들의 방문을 반갑게 맞은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은 유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예절’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만남을 시작했다. 유교 기관을 처음 방문해 모든 게 생소하기만 한 부제들은 일러주는 대로 신발을 정리하고 명륜당에 한가득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평소 100명 이상은 올라가지 않았다는 명륜당은 이날 140여명의 부제들이 올라가 너른 마루가 빼곡히 찼다.

▲ 천주교 부제들이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에게 배운 신발정리 예절을 따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부제들이 방문한 명륜당은 유림들에게는 성지로 인식되는 곳이다. 선비들이 삼강오륜과 사서삼경 등 학문을 배우는 장소였던 명륜당은 공자의 위패를 모신 사당 뒤편에 있는 건물로 마루 형태다. 사당을 바라보는 쪽은 전면이 트여 있으며 반대편은 창호지가 발라진 창문이 달려 있어 필요에 따라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명륜당은 조선시대 때 과거 시험이 치러지던 장소이기도 하다. 천장에는 공자와 수제자 안자의 일화와 삼강오륜 등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도리를 가르치는 문구들로 가득했다.

“유교에서는 하늘이라는 게 먼저는 자연의 하늘을 가리키는 의미가 있고, 그다음은 ‘이치 리(理)’로 표현되는 개념이 있습니다. 각 사람이 존재하게 만드는 근본된 이치를 하느님이라고 표현을 하게 된 것인데요. 조선시대 천주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개념이 됩니다. ‘천주’는 자연만물이 돌아가는 이치인 ‘하늘’의 ‘주인’이라는 뜻에서 사용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늘님을 하느님이라고 표현을 한 것입니다. 수신(修身)은 이 하늘을 닮아가기 위한 자세를 가리킨 것입니다.”

부제들은 박 의례부장의 설명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의 축을 이뤄온 유교와 유림의 종교적 정서와 문화를 공유하고 유교를 한층 더 이해해가는 것으로 보였다.

천주교 광주교구 김용빈 사도요한 부제는 “많은 게 새삼스러운 것 같다”며 “우리나라 역사가 기본적으로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것들, 매스컴을 통해서만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종교로서 학문으로서 갖고 있는 의미를 새롭게 알 수 있었다. 한국인 안에 자리 잡은 사상을 앎으로 종교 간의 대화나 타 종교에 대한 대화를 심도 깊게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주교구 염제환 스테파노 부제도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고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 그 안에서 우리가 일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공통적인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자리가 되는 것 같아 의미가 있는 것 같다”라고 이번 행사를 참석한 소감을 전했다.

부제들에게 유교정신과 문화를 설명한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은 “지난 회에도 부제들을 만났다. 천주교는 유교와 신앙체계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는 게 있다 보니, 부제들도 유교에 집중해주지 않았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때에는 명륜당에 올라가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명륜당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나누니 하니까 좋았다”며 성균관이 문화재법 때문에 명륜당을 자유스럽게 사용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박 부장은 “명륜당은 원래 유림이 공부를 하는 곳이었는데, 유림 단체에서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문화재법에 근거해 제제를 가하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며 “성균관에서 인성교육이나 예절교육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 부제 140여명이 박광영 의례부장으로부터성균관 명륜당에 얽힌 일화들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이정주 아우구스티노 홍보국장은 “다른 종교에 대해서 좀 더 열린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준비된 것”이라며 “특별히 사제서품 직전에 방문을 하는 것인데, 앞으로 사제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려는 것”이라고 의도를 밝혔다. 아울러 “다른 종교 종단을 방문하면서 주교회의도 방문해보고 교황대사관도 방문하는 등 교회 기관들에 대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서품을 받기 직전에 7개 신학교에서 모두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 행사를 통해 부제 간 친교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정에서 부제들은 이웃종교를 방문해 다문화 사회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종교 간 대화 노력을 확인하고, 평소 궁금했던 교리와 문화에 대해 각 종단의 성직자들에게 묻고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또 주교회의의 임무와 역할에 대해 배우고 교황청과 한국 천주교회의 유대와 일치를 확인한다.

21일에는 교황대사관과 원불교 서울교당에 이어 정교회 한국대교구청과 대한불교 조계종 조계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한국구세군과 대한기독교감리회 정동제일교회를 찾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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