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직공들

이재무(1958~  )

파업 끝낸 나무와 풀들
녹색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줄기와 가지 속 발동기 돌려 수액 퍼 올리랴
잎 틔우랴 초록 지피랴 꽃불 피우랴
여념이 없는 그들의 노동으로 푸르게 살찌는 산야
이상하게도 그들은 일할수록
얼굴빛 환해진다고 한다

[시평] 

봄의 직공들은 과연 누구인가. 봄이 되면 죽은 것과 같은 나무며 풀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그래서 온 산과 들을 푸름으로 변하게 만드는 저들 봄의 직공은 과연 누구인가.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줄기와 가지 속에서 발동기를 돌리듯 수액을 퍼 올리는, 그래서 온 천지 녹색의 공장을 가동 시키고 있는 저 봄의 직공들은 과연 누구인가.

죽어버린 듯한 나무에서 물기를 끌어올리고 또 잎들을 띄우고, 그래서 초록의 꽃불을 지피고 피우는 그들, 봄의 직공들은 누구인가. 잎 틔우랴 초록 지피랴 꽃불 피우랴, 여념이 없이 온 힘을 다하여 힘겨운 노동일에 임하였어도, 이상하게 일을 하면 할수록 얼굴이 환해지는, 그래서 봄의 화색이 도는 저 봄의 직공들은 과연 누구인가. 세상 온 천지를 환한 봄의 빛으로 만드는 그, 그 봄의 직공.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조물주, 그 봄의 직공을 시인은 오늘 화창한 봄날, 그 속에서 그만 만나고 말았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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