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의 시

이해웅(1940~  )

저 마른 호수의 밑바닥을 보아라

내 몸의 피란 피는 죄다 졸아져
희디 흰 입자의 소금이 된다

허공을 떠도는 말들 모두 끌어내서
발아래 무릎을 꿇릴 때
견고한 침묵의 언어가 된다

소금의 언어는 짜다
소금의 시에 혀끝을 대어 보아라

짜디 짠 시가
세상을 간졸임한다.

 

[시평]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오.’ 산상(山上) 설교에서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음식에서 소금이 빠지면 그 맛이 맛으로 제값을 못한다. 아무리 단맛, 신맛 등을 섞어도 음식에 맛이 나지가 않는다. 소금은 다섯 가지 맛 중에서 음식을 가장 음식다운 맛으로 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짠맛을 지닌 중요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소금은 음식을 상하지 않게 갈무리하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임은 누구나 다 잘 안다.

모든 맛의 본질이 되고, 또 모든 음식의 부패를 막는 그런 존재가 되려면 어떠해야 하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피란 피는 죄다 졸여서 마른 호수의 바닥에 희디 흰 입자로 남을 수 있는 그런 과정이 있어야 하나보다. 그리하여 세상을 간졸임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다시 태어나야 하나보다. 

세상을 짭짤하게 간졸임할 수 있는 그런 시, 그런 소금과도 같은 시가 오늘 참으로 그리워진다. 그러나 어디 시뿐이랴. 그런 사람, 그런 일들이 참으로 절실히 그리워지는 오늘, 우리는 그러한 오늘을 다만 살아가고 있을 뿐이로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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