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 경

어머니 몸에서 언제나 생선 비린내가 났다
등록금 봉투에서도 났다
포마드 향내를 풍기는 선생님 책상 위에
어머니의 눅눅한 돈이 든 봉투를 올려놓고
얼굴이 빨개져서 돌아왔다
밤늦게
녹초가 된 어머니 곁에 누우면
살아서 튀어 오르는 싱싱한 갯비린내가
우리 육남매
홑이불이 되어 덮였다

[시평]

생선을 팔아 어렵사리 어머니는 육남매를 키우고 또 공부를 시켰다. 하루 종일 시장통에서 생선을 팔아 어머니가 마련해 주시는 등록금 봉투에서도 생선냄새가 났고, 어머니가 우리 아이 잘 봐달라고, 포마드 향내가 풍기는 선생님 책상 위에 수줍게 올려놓는 돈 봉투에서도 눅눅한 생선냄새가 났다.

그러나 그 생선냄새는 엄마의 그립고 고마운 냄새, 또 육남매가 살아가는, 육남매가 이 세상에서 기죽지 말고 살면서 튀어 오르게 하는, 싱싱한 갯비린내 아니겠는가. 아, 아 어머니의 생선냄새, 헐벗은 어리디 어린 육남매를 언제고 덮어주고 키워주시던 따스한 어머니의 사랑, 그 사랑이 담긴 훈훈한 홑이불이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