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김강태(1951~2003)
…… 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물어보기

희망 한 단에 얼마에요?

[시평]

늘 우리는 희망보다는 절망, 기쁨보다는 아픔을 지니며 살아왔다. 그러기에, 그러기에, 우리는 늘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절망은, 슬픔은, 아픔은 늘 추위를 동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웅크린 삶 속에서 절망을, 슬픔을,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간다.

그래서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래서 삶의 힘든 긴 구간을 한참을 돌아 돌아오는 그 길에서, 노점에 앉아 채소 몇 가지를 놓고 파는 아주머니에게 묻는다. ‘희망 한 단에 얼마에요?’ 아, 아 아주머니가 파는 싱싱한 채소마냥 나의 희망도 싱싱하기를, 그래서 푸릇푸릇하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묻는다. ‘희망 한 단에 얼마에요?’ ‘희망 한 단에 얼마에요?’ 대답 없는 세상, 세상을 향해.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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