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서울아산병원 이어
병상 가동률 급감 인한 손해↑
병원장‧전문의 간 내부 갈등도

전공의 이탈 등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벌어진 지 8일째인 2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전공의 이탈 등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벌어진 지 8일째인 2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국립중앙의료원이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심화한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전공의 71명 중 55명이 의대 증원 방침 등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공의 이탈로 병상 구동률이 급감하면서 손해가 누적됐다는 것이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21일 “코로나19 대응 전담 공공병원으로 지정돼 일반 병동을 비우며 악화했던 경영수지 회복이 지연되면서 누적 적자 폭이 커졌고, 최근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경영 악화가 심화됐다”면서 “획기적인 수준으로 수입 개선 및 지출 감소를 이룰 수 있도록 비상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전국 공공의료기관을 총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의료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전문의 102명, 전공의 71명이 근무했지만, 현재 전공의 55명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했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증 환자 위주로 병상을 40%가량 구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재난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야간과 공휴일에도 비상 진료를 하고 있다.

주 원장은 ‘비상 경영 TF’를 발족해 의료실적 현황 등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원들에게 병원 상황을 수시로 전파하는 등 비상 경영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할 방침이다.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을 포함한 수련병원의 경영상태는 악화하는 상황이다. 연세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도 각각 지난 15일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정부는 이 같은 경영 악화에도 진료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비상경영체제라는 건 지금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진료 서비스는 현재 있는 인력을 가지고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재정 문제를 야기한 근본적인 이유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라며 “이 부분은 기관에서 일차적으로 책임을 지고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진료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전문의협의회 성명문 발표에 대한 국립중앙 의료원 입장표명 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3.17.
(서울=연합뉴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전문의협의회 성명문 발표에 대한 국립중앙 의료원 입장표명 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3.17.

한편 국립중앙의료원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경영난뿐 아니라 내부 갈등으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의협의회가 전공의 이탈과 공공의료 붕괴의 원인을 정부라고 지목하자, 원장은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전문의가 또다시 반발에 나선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현 사태(전공의 사직)의 주동자”라며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주 원장은 지난 1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현 의료 대란의 원인에 대한 전문의협의회의 문제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전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없는데 국립중앙의료원의 이름을 넣어 성명을 발표하고 비이성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을 맡은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고 “의협 비대위는 전날 주 원장의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당직 하루도 안 서본 원장이 열악한 환경에도 국가 병원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버티는 전문의들에게 비이성적인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것은 이성적인 행동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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