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사직서 제출 예정
공보의·군의관 투입 역부족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대 증원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대 증원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12.

[천지일보=정다준·홍보영 기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할 전망이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위해 공보의와 군의관 등을 투입했지만 공백을 완전히 메꾸기에는 역부족해 보인다.

16일 전국 의대에 따르면 각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사직에 뜻을 모으고, 사직에 찬성한다는 교수들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도 이어졌다.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HJ 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2차 총회에 20개 의대 비대위원장이 참여해 그중 16개 대학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고, 나머지 4개 대학은 의견을 수집하는 중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이유에 대해선 “현재 의료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도저히 보이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하면) 국민에게 손가락질받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해보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비대위 회의를 참여한 대학은 20곳으로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계명대 ▲경상대 ▲단국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아주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한양대 등이다.

이 중 16곳은 설문을 완료했고, 나머지 대학들은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임박한 15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세탁된 가운 옆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3.15 (출처: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임박한 15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세탁된 가운 옆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3.15 (출처: 연합뉴스)

이날 강원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사직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전날 183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에서 148명(80.9%)이 응했으며 이 중 96.6%가 ‘정부의 2000명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정부가 협상의 자리로 나오지 않는다면 개별적 사직서 제출에 동의한다’고 답한 교수는 73.5%로 3/4가량이 동의했다.

울산대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긴급총회에서 모든 교원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교원들로부터 사직서를 취합하고 있으며, 지난 15일 열린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온라인 회의 결과대로, 오는 25일 이후 논의를 거쳐 사직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충남대 의대·아주대 의대·전북대 의대·원광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건양대의료원도 ‘사직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취지의 설문조사에 동의했으며, 동의 비율은 76~97%다.

아울러 동아대 의대 교수협의회, 충북대 의대·충북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전남대 의대 교수회는 사직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며,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다음 주 중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을 언급하는 등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의-정 대립 속 실종된 공공의료 찾기 시민행진의 날’ 집회에서 공공의료 확충, 공공의사 양성,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을 언급하는 등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의-정 대립 속 실종된 공공의료 찾기 시민행진의 날’ 집회에서 공공의료 확충, 공공의사 양성,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16.

다만 방 위원장은 사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환자 곁을 지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방 위원장은 현재에 남은 의료진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교수들을 포함한 병원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으로 대학병원이 버티고 있지만 이들로만 버티는 건 한계가 있다”며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의료시스템이 장기간 지속되는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의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선 정부의 2000명 증원 입장을 풀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방 위원장은 “그동안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를 제안하고 있으나 정부는 안타깝게도 의사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에서, 의사협회는 원점 재논의라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며 “2000명이라는 숫자를 정부가 풀어야만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한 발씩 양보해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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