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극 않겠단 美의 관리 일환
북러 협력 등 경제 집중 가능성
미일 관계 개선 노린 행보일 수도
‘김일성 생일’ 등 앞 조만간 도발 관측

한미,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 내일부터 실시
한미,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 내일부터 실시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방패(FS‧Freedom Shield)가 끝나가는 시점인데도 잠잠하다.

이렇다 할 무력시위나 매체를 동원한 비난전도 벌이지 않고 있는데,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 속 최근 한달 간 도발에 나서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 최근 한달 간 절제된 대응

14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월 14일 원산 동북방 해상에서 순항미사일을 쏜 이후 한달 여간 미사일 발사 무력도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에 앞서 북한은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두 개의 교전국 국가’로 규정하더니 올해 초 부터 한 달여 동안 무력도발을 집중적으로 벌였다.

서해완충구역 포격과 중거리급 추정 탄도미사일 발사, 그리고 5번에 걸친 순항미사일 발사 등 총 11번의 무력시위에 나서더니 최근 한 달 동안 잠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진행 중인 한미 연합연습이 막바지에 이르도록 별다른 무력시위가 없다.

다만 북한은 연합연습 개시 다음날인 지난 5일 국방성 담화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지난 5~7일 한국 서해5도 상공을 향해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신호를 보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일 특수부대의 대남 침투훈련, 7일에는 포 사격훈련에 참관하는 등 이틀 연속 현지 지도에 나선 게 전부다. 최근 한달 간 북한이 이전과 달리 절제된 대응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연합훈련 기간 납작 엎드렸던 과거로?

전문가 일각선 한미 연합훈련에 납작 엎드렸던 과거로 돌아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작년을 제외하면 북한은 연합훈련 기간에는 숨죽이고 있다가 훈련을 전후해 도발에 나선 적이 많다. 미 전략자산이 동원되는 연합훈련에서 자칫 우발적 충돌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는 시각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상반기 미한 연합연습 기간 중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했고, 핵 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시험했다. 하반기 연합연습 때도 순항미사일과 군사정찰위성 등을 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연합훈련 기간을 피해 무력시위에 나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논리의 결은 다르지만 북한이 연합훈련 기간 조용하게 보낼 수 있다는 의견도 흘러나온 바 있다. 북한이 가장 반발하는 쌍룡훈련이 이번 연합훈련에서는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미국의 힘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쌍룡훈련은 한미 해병대가 적국 해안에 상륙해 반격하는 내용이다.

또 주한 미 제8전투비행단(8전비) 소속 전투기가 태국에서 열린 다국적 연합훈련 ‘코브라 골드’에 참가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는데 같은 맥락이다.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비중 자체를 축소하고 있는 건 북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설명과 일맥상통한다. 미국은 윤 정권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부추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북한도 윤 정권의 도발 기우제를 드리는 듯한 양상과는 반대로 가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남한 정부와는 보조를 맞추지 않겠다는 것인데, 윤 대통령과 국방 수장이 4.10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거론하며 군의 대비태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말려들고 있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조만간 도발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와 같은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바로 코앞에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일 등을 앞두고 있는 만큼 4월 중에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하는 등의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4월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사이버 공격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러협력 등에 집중’ 관측도

이보다는 북한이 현재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그리고 내부 경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심각한 도발을 하거나 해서 북한 관련 해상수송로 등에 대한 차단이 강화된다면 북한이 러시아를 상대로 해서 하는 돈벌이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북러 무기 거래 현장으로 의심되는 라진항에서 한달 만에 대형 선박의 입항 장면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12일 나왔다. 지난달 12일을 끝으로 더 이상 대형 선박이 입항하지 않았는데, 또다시 확인된 셈이다. 미 백악관은 라진항에 대해 북러가 군사 장비와 탄약을 실은 컨테이너를 선적하는 장소라고 지목한 바 있다.

또 라진항에서 멀지 않은 북러 접경 지역의 열차 야적장에 화물이 다시 유입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바다에 이어 육지에서도 북러 간 움직임이 계속 파악되고 있는 것인데, 이를 감안한 행보라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에서 도시와 농촌, 평양과 지방 사이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지방에서 공장 건설 착공식이 줄을 잇고 있는 것도 같은 일환이다.

북한의 침묵은 대미 대서방 전선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 러시아의 중요 정치일정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중국에선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양회’가 지난 11일 마무리됐고, 러시아는 오는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북한의 절제된 대응은 이와 관련돼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일본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고 있는 대목에도 주목하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 대해선 선거 판세를 주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견해다. 일본에 대해서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북일 정상회담 시사 발언 이후 한 달 가까이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남한은 분리시키는 한편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노리는 차원에서 정세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무엇보다 북한 매체들에서 대일 비난이 대폭 준 것을 두고 양국 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과 연관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과 일본의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경기가 오는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예정대로 열리게 된 만큼, 이를 계기로 양측 간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 혹은 사전 논의를 위한 물밑 접촉이 진행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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