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와 사교육 업체들이 검은 거래를 한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혐의가 확인된 현직 교사 27명을 포함해 56명을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이 이번에 적발한 내용은 지난해 9월 교육부 발표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광범위하다. 교사들이 문항 공급조직을 만들어 사교육 업체와 거액의 거래를 조직적으로 한 사례가 적발됐다. 사교육 업체에 팔아넘긴 문제를 자기 학교의 내신 시험에 출제한 교사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일부 고교 교사는 사교육 업체에 공급할 문항을 만드는 조직을 직접 구성, 운영하면서 거래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했던 한 교사는 문제 출제 합숙 중 알게 된 교사 8명을 모아 문항 공급 조직까지 구성했다.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모의고사 문항 2천여개를 만들어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에게 제공한 대가로 6억 6천만원을 받았다. 또 다른 교사는 EBS 교재 집필 과정에서 알게 된 교사 등 현직 교사 35명으로 대규모 문항 제작팀을 만들어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EBS 교재가 수능 출제와 연계된다는 점을 악용해 교재 출판 전에 교재 파일을 빼돌린 후 비슷한 문항을 만들어 학원 강사와 뒷돈 거래를 한 교사도 적발됐다.

사교육 업체와 거래한 문항을 학교 중간·기말고사 시험 문제로 내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학원에서 해당 문항을 미리 공부하지 못한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의 지문이 유명 강사가 만든 모의고사 교재에 실린 지문과 동일한 것으로 지난해 드러난 것도 이런 ‘사교육 카르텔’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감사 결과는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잘 드러냈다. 사교육 시장에서 수능과 비슷한 문제를 만드는 학원일수록 수험생이 몰리며 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의 검은 커넥션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었다. 사교육 업체와 교사 간 유착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뿌리가 더 깊을 수 있다.

교육당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사교육 카르텔 신고센터를 설치하기 전에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수능 출제·감독 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문제 검증을 부실하게 한 것도 ‘사교육 카르텔’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학원 시스템이 형성되며 파행적인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졌다. 날로 커지는 사교육 시장에 이권 카르텔마저 근절되지 않는다면 수능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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