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주를 넘었어도 해결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집단 사직하고 근무지를 이탈하면서 시작된 의료 대란이 악화일로이다.

이제 의대 교수들까지 단체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서울대 의대, 울산의대 등이 잇따라 ‘전원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또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성명을 내고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이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받거나 동맹휴학 또는 수업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유급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정부를 상대로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아직은 결정하지 않았다”며 “의대생의 유급이 현실화하고 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교수들 사이에서 ‘자발적 사직’이나 ‘겸직 해제’ 등이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학생들에 대한 강의와 더불어 대학병원 등에서 진료를 ‘겸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겸임을 해제해 진료를 맡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의교협 소속 교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다. 환자를 돌보고 후학을 양성하는 이들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환자를 돌보고 후학들을 제 자리로 돌아오라고 호소한 뒤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연일 의료 공백 대책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등 158명을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거점 국립대 병원에 투입했다. 하지만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많다. 상당수가 비필수과여서 응급·중증 환자 수술이나 진료 등 전공의 빈자리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공보의가 빠져나가면서 정부가 살리려는 의료 취약지역이 피해를 보는 역설적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진료지원(PA) 간호사를 제도화하거나 일부 시장을 비의료인에게 개방하는 문제도 직역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모두 사회적 합의나 간호법 개정 등이 필요한 사안이다.

의료계는 의료인력이 먼저 복귀하고 협상에 나서야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부도 강경으로 치달을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열어놓고 좀 더 유연한 자세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의대 증원이나 필수·지역의료 개선 등 의료 개혁은 국민적 요구 상황이기는 하지만 의제 설정, 방식 등에서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정부는 교수들이 사직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교수님들까지 빠지면 지금의 ‘비상상황’도 유지할 수 없다. 교수님들께서 현장을 떠나실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정부 모두 한발 물러서 협상에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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