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연기·취소 각 86·13건
중증환자 피해 더 커질 우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9일째 이어가고 있는 2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진료실에서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9일째 이어가고 있는 2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진료실에서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8.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시작한 지 4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환자들의 피해와 관련한 법률상담이 127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응급·중증환자들이 입는 피해가 더 커질 우려가 나온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6일까지 보름간 ‘의사집단행동 피해 법률지원단’ 및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서 실시한 법률 상담은 총 127건이었다.

피해 유형을 보면 ‘수술 연기’가 86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수술취소 13건, 진료거부 8건, 입원지연 3건, 기타 17건 등의 순이었다. 다만 현재까지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구조 신청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수술이 연기됐다는 사연은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등에 따르면 “단시간에도 온몸에 퍼질 수 있는 게 암이란 병인데 확실한 날짜 지정도 없이 무기한 수술 연기되는 암환자분들이 많다”며 “환자와 보호자는 1분 1분이 지옥일 것이다. 전공의들은 매일 환자들 봤으니까 얼마나 심각한지 알 텐데”라는 글도 올라와 있다.

또 한 사례를 보면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을 예정이던 암환자 A(60)씨는 “전공의가 없어 항암치료를 못 받고 있다”며 “최근 병원으로부터 ‘항암치료가 무기한 연기됐다’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그는 “항암치료를 위해서는 정맥주사인 케모포트 시술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전공의가 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전공의가 없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끊임없이 싸우고 있을 때 암환자는 죽어가고 있다. 암환자가 죽으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환자단체에서는 정부에 접수건보다 실제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피해 신고를 접수조차 하지 않은 환자들이 많다는 게 환자단체의 설명이다. 또 손해배상 청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사망에 이르지 않는 한 소송을 거는 일은 ‘목숨을 거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대형병원에 가는 사람들은 오랜 고민을 통해 의사와 병원을 결정하는데 치료 받는 도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건 사실상 ‘치료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의미라 현실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의료공백 4주차에 접어들면서 앞으로는 회복이 어려운 피해가 예상된다. 보통 항암치료는 3~4주 주기로 진행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중증환자들이 버티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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