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주 급등해 8000만원대로 올라섰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1억원 고지가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내비치며 ‘고고싱’을 외치고 있다.

해외의 한 비트코인 찬양론자는 비트코인은 확실히 하나의 투자재로 자리 잡고 있고 투자자산으로서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고 어필했다. 최근 비트코인은 빠르고 가벼워지면서 엘살바도르 같은 국가에서는 실제 화폐로서 결제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주식보다 변동성이 크고,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회사의 사업 내용과 실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코인러들은 가상화폐 투자기법과 분석보다는 맹목적인 신념으로 투자의 성패에 매달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비싸 집 사는 것을 포기한 일부 2030세대는 부동산 재테크보다는 코인에 주목하며 한탕주의를 꿈꾸고 있다. 필자의 친한 동생인 35살 직장인은 최근 가상화폐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 ‘돈 넣으면 무조건 오른다’는 주변인의 제안으로 안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학생, 주부, 직장인, 은퇴한 노인들도 연일 가상화폐의 등·폭락을 이야기하며 화두로 삼고 있다. 아울러, 실제 가상화폐 투자에 임하는 장병들도 적지 않다. 휴가를 나오면 가상화폐 코인을 매수하고 군대 내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벌인다고 한다. 어떤 한 20대 직장인은 오전 9시까지 출근해 일하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며 업무 중에도 가상화폐 그래프가 심심찮게 떠올려진다고 말한다.

최근 20대 사이에서도 코인 투자 신드롬이 불고 있다. 온라인으로 정보를 나누고, 비대면으로 투자하면서 투자 범위는 확대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이 될 2030세대 중 일부가 자신의 목돈을 ‘몰빵’하며 힘든 현실을 탈출하려 한다. 신용대출을 받아서라도 돈을 마련해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평생 월급쟁이로 돈을 모아서는 서울에 집 한 채 사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취업도 되지 않아 생존을 위해 비트코인 열풍에 가담한다고 투자 명분을 내세운다.

최근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도 고위험자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사회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어서다. 직장 생활하면서 노력하면 중산층에 진입하고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청년들의 기대는 오히려 낮아졌다. 장기간 취업난도 단기간에 코인 투자로 큰돈을 벌겠다는 기대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가상화폐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비이성적 투자라는 것도 청년들은 알고 있지만, 코인의 달콤한 유혹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철저하게 가상화폐거래소의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불법은 없었는지,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했는지, 거래소의 장세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신속한 입법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해야 할 것이며, 금융감독원은 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강력한 조치를 취해 더 이상 청년들의 투자 광풍 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국내 600만명 코인러들은 연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상화폐 트렌드에 무지한 공무원들의 늑장 대응으로 직장인, 주부, 대학생, 은퇴 노인들의 주머니에서 천문학적인 돈들이 쏟아져 나와 ‘묻지마 투자’를 벌이고 있다.

현재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라운드 제로다. 미래의 주역인 2030세대들이 가상화폐 묻지마 투자에 눈을 조금이라도 떼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 일하기 좋은 환경, 선진화된 청년 금융 정책,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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