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시민과 청소년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사기와 마약 범죄, 스토킹, 묻지마 살인, 학교폭력, 음주운전, 데이트폭력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척결이 올해는 가능할까.

지난해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묻지마 살인은 대한민국이 더 이상 안전공화국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사이코패스들은 대체로 청소년 시절부터 학폭 가해자, 불우한 성장 과정, 비사회적 인간으로 커가면서 사회에 큰 불만을 품고 있다.

여전히 사회에서는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신림동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선(34)이나, 성남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고인 최원종(23)도 불특정 다수,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칼을 휘둘렀다. 왜곡된 살인 욕구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4)도 다른 사람을 속이고, 새로운 자극에 대한 악의적 욕구가 남들보다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안전공화국을 파괴하는 있는 묻지마 범죄 가해자, 상습 음주운전자, 학폭 가해자, 데이트폭행 가해자, 마약사범, 악성 사기꾼 등은 주변 사람·환경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으며, 특히 이기적인 특성도 띤다. 또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깊은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없으며 사이코패스 성향과 매우 겹치고 안전한 사회를 파괴하는 범죄자들이다. 이런 가해자들은 자신에 대한 분노와 열등감을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다.

새 학기부터 서울 초·중·고교에 접수되는 학교폭력 사안은 교사가 아닌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이 맡아 조사한다. 오는 3월 2일부터 학교에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전담 조사관이 해당 학교를 방문해 조사할 계획이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고 효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학생 선도 경력이 있는 퇴직 교원이나 퇴직 경찰, 청소년 전문가 등이 피해 학생들의 상황이나 상처를 얼마나 제대로 조사하고 멘토링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올해는 더 이상 재벌 3세, 인기 연예인 등 유명인의 마약 투약 사건 뉴스를 접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틀에 걸쳐 튀어나오는 마약사범에 대한 뉴스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것을 되새기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도 마찬가지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30대 운전자가 또 음주운전을 하다가 시민들의 신고와 추격으로 붙잡혔다. 아울러,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 논현동에서 술을 마시고 벤츠 차량을 몰다 오토바이 배달노동자를 치어 숨지게 한 유명 DJ를 구속했다. 음주운전은 고의적인 살인 행위다. 그러나 대한민국 법원은 음주운전 가해자를 관대하게 처리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흉악한 범죄 행위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자신이 현재 사회 속에서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과 장애물을 넘어서지 못하고 패배자가 되면, 사회를 증오하고 타인을 괴롭힌다. 먹고 살기도 바쁜 이들에게 타인들을 배려하고 사회 시스템에 동참을 요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인생을 포기하고 남을 외면하는 배타적 프레임 안에 갇혀있는 가해자들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으며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며 범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도 사회 양극화 현상, 청년 취업난, 학폭 문제, 데이트 폭행,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뒤따르면서 분노와 슬픔을 동반한 채 절제하지 못한 우발적 범죄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경찰, 각 지자체, 학교들에서는 안전공간 조성, 안전 대응 및 활동 역량 강화, 안전 네트워크 구축 등을 중심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한 인프라가 잘 구축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대한민국을 안전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문제와 더불어 학생들의 학업 생활, 청년층 취업난을 해결하고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아울러,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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