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분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양상이다. 친명과 친문계간 극심한 갈등이 정면충돌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까지 돌며 이미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문재인 청와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공천 문제는 민주당 공천 갈등의 수위를 가늠할 시금석으로 여겨졌다. 그가 갖고 있는 친문계와 ‘86 운동권’의 상징성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이달 초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양산 회동’을 거론하며 “이 대표가 굳게 약속한 명문 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다”며 “서울 중·성동갑 공천 배제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이 대표에게 임 전 실장 등 친문 핵심 등을 거론하며 공천에서 도와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공천위는 임 전 실장 대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서울 중·성동갑에 공천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지역구인 왕십리역 현장 유세에서 친문 홍영표·송갑석·윤영찬 의원들을 동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중진 홍영표 의원은 컷오프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틀째 사퇴 뜻을 꺾지 않고, 비명계 설훈 의원은 탈당했다.

민주당이 통진당 후신 진보당에 지역구(울산 북구)를 양보하면서 공천 배제된 이상헌 의원도 탈당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갈등과 반발은 필연적”이라며 당내 비명계의 공천 반발에 대해 “당의 판단과 개인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일축했다.

친문계의 컷오프 사유는 억측만 난무할 뿐, 당이 공식 발표한 것이 없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 “선배 정치인들은 후배에게 길을 터주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비명계에선 당권·대권 경쟁자의 싹을 잘라버리려고 컷오프했다는 정치적 해석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내건 ‘시스템 공천’은 공정성·신뢰성에서 모두 흔들리고 있다. 정필모 선관위원장에 이어 이재정 공천관리위원도 공천 결정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사퇴했다. ‘의원 평가 하위 20%’ 다수가 비명계이며, 특정 업체가 공천 여론조사 물의를 일으킨 논란은 진상 규명이나 당 지도부 차원의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라임 돈 수수 의혹을 받는 기동민 의원은 컷오프되고,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이수진 의원은 경선 주자로 뛰고 있다. 이 와중에 한 유튜브에서 외모 이상형으로 연예인 차은우를 제치고 이 대표를 꼽은 앵커 출신 30대 여성이 공천을 받았다.

또 한 전략공관위원은 친명 성향 유튜브에 나와 “내가 임종석 실장이면 저한테 전화하겠다. 잘 봐달라고. 한 세 번쯤 (전화) 하면 그때 받을게요”라고 조롱했다가 파문이 일자 사퇴했다.

‘명·문 정당’을 약속한 이 대표는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고 말했다. 경선에 질 거 같은 사람들이 탈당하는 것이고, 나갈 테면 나가라는 것이다. 민주당 공천 파동에선 이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 대표는 공천 투명성·공정성을 높이고 당 통합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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