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흉기나 다름없었다. 경부고속도로 안성부근에서 화물차에서 빠진 바퀴가 반대 차선 관광버스를 덮쳐 기사와 승객 2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빠진 바퀴는 버스 앞 유리를 뚫고 지나가 중간 통로까지 가서 겨우 멈췄다고 한다. 화물차 바퀴가 100kg 안팎인데 차량 속도까지 더해 충격이 커졌다. 사고를 당한 기사와 승객들에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따로 없을 것이다.

지난해 고창~담양 고속도로에선 바퀴가 빠져 기운 화물차를 승용차가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2018년엔 서해안고속도로에서 트레일러의 바퀴가 빠져 승용차를 덮치면서 운전자의 아내가 숨지고 두 딸이 크게 다쳤다.

후진국형 화물차 이탈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에서 수거한 낙하물은 연간 20만~30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차량 부품, 합판, 의자 등 떨어지는 물건은 여러 가지이다. 고속도로에서 이탈한 화물차 바퀴는 치명적 흉기가 된다. 튀거나 구르며 빠르게 다가오기에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처럼 튀어나간 바퀴 속도에 차량 속도까지 더해 끔찍한 사고가 난다. 차량 파손은 물론, 사람 목숨을 앗아가기 일쑤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적재물이 떨어져 발생하는 사고로 숨질 확률은 28.5%,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의 2배에 육박한다고 한다.

대부분 운전자들은 주변에 화물차가 있으면 뭐가 떨어질까 무섭거나, 운전하기를 두려워한다. 무리해서라도 화물차를 추월하는 운전자도 많다.

대부분의 화물차 사고는 조임 불량 등 정비 부실이나 불량타이어 사용, 적재불량, 불법개조에 기인한다. 이런 일들만 철저히 단속해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선 도로를 달리는 거의 모든 화물차에 덮개를 씌운다. 낙하물 사고를 막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안전 점검이나 적재 불량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 현행법은 ‘화물에 덮개를 씌우거나 묶는 등 확실하게 고정해야 한다”고만 돼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적재물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선 먼저 화물차 기사들이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차량 점검을 일상화해야 한다.

정부도 국민 안전을 위해 실효성 있는 사고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화물차를 언제까지 공포의 대상으로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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