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제주도는 필자에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대전에 살다가 제주도로 전학 가서 중학교까지 졸업한 후, 고등학교는 육지로 진학했다.

어릴 때 성장기 추억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그 후에도 부모님이 15년 정도 제주도에 더 살아 태어난 고향보다 더 친숙하다. 심지어 은퇴 후 제주도에 내려가 살 마음으로 땅까지 장만해둔 애착이 많이 가는 곳이다.

코로나19 시절에 해외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갈증을 제주도 여행으로 풀며 ‘대한민국에 비행기 타고 여행 갈 수 있는 제주도가 있어 행복하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 제주도가 요즘은 국민들에게 ‘바가지의 성지’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누구보다 안타깝다. 2023년에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이 2022년에 비해 약 10% 정도 줄었다고 한다. 상인들은 체감 매출이 30~40%까지 감소했다고 느껴진다니 심각한 상황이다.

필자도 매년 2~3회 가던 제주도를 최근 2년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요즘은 제주도를 가고 싶은 마음마저 들지 않는다. 제주도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마저 이런데, 다른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건 당연하다.

제주도의 현재 위기는 코로나 때 해외를 가지 못하는 관광객들이 대거 제주도로 몰리며 ‘코로나 특수’를 누릴 때, 손님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 않고 돈만 뺏은 탓이다. 손님이 몰린다고 가격은 올리고 서비스의 질은 낮추니 ‘제주도=바가지’란 이미지가 고착되었다. 오죽하면 “삼다도에 바가지를 추가해 사다도가 되었다”는 조롱 섞인 말까지 들린다.

지난달에 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비로 쓴 총금액을 비교하면 제주도보다 동남아시아가 더 많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서비스나 만족도가 높고 날씨가 따뜻하니 아깝지 않다. 작년에 다녀온 일본 골프 여행도 그린피, 호텔비와 식비까지 다 합친 금액이 제주도 골프장 그린피보다 저렴하다. 제주도의 터무니없는 식비와 숙박비, 불친절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로 가는 건 당연하다.

제주도의 현재 상황은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란 노랫말에 딱 어울린다. 마음을 돌린 관광객을 다시 제주도로 오게 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상상조차 힘들다. 제주도민과 상인들이 자정 노력을 통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관광객으로 먹고사는 곳이 불친절하고 바가지를 씌우는 건 자해행위다. 제주도 가서 마음 상할바에야 차라리 돈을 더 내도 해외 나가서 대접받는 여행 하려고 한다. 제주도 상인들이 이제라도 친절함을 먼저 갖추고 손님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해야 미래 세대라도 제주도를 계속 찾게 할 수 있다.

필자의 세대는 제주도에 가려는 마음이 다시 생기기 쉽지 않을 거 같다. 자주 간 탓에 가 봐야 그렇고 그런 관광지, 비싸고 특별한 거 없는 음식, 오를 대로 오른 렌터카 요금은 제주도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해수욕장 여름 한철 바가지처럼 폭리를 취하려는 생각으로는 관광지로서 명색을 유지하기도, 과거 명성을 회복하기도 요원하다. 상인들이 직접 해외 여행지를 가보고 그들을 벤치마킹해서 변해야 한다.

관광지는 ‘사람’이다. 사람이 정을 못 느끼면 발길을 끊는 건 인지상정이다. 제주도 사람이 쓰는 말 중 ‘육지 사람’이라는 말에서 느끼듯이, 외지인에 대한 텃세가 심한 것도 문제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해보거나, 제주도로 이주한 사람들이라면 뼈저리게 느끼는 문화다. 말도 다르고 풍습도 다른 제주도 문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데다 텃세마저 심하니 제주도를 떠난다.

제주도 상인들의 바가지와 불친절이 가져온 결과치고는 미래가 너무 암울하다. 제주도가 옛 명성을 회복해 대한민국 국민의 사랑을 받는 여행지로 거듭나려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바가지’ 오명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제주도가 살아날 수 있다. 제주도의 변화를 응원한다. 제주도는 언제까지나 대한민국의 자랑으로 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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