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설 명절에 이모가 초등학교 5학년 조카에게 세뱃돈 3만원과 편지를 건넸다가, 조카로부터 무안을 당한 사연은 물질만능주의 폐단이 어린이까지 영향을 끼친 사례다.

세뱃돈을 받은 조카가 바로 봉투를 열어보고 “와 이거 가지고 뭐하냐?”라고 구시렁거리자, 이모가 “너 태도가 그게 뭐냐”며 나무랐다. 버릇없이 행동한 조카의 세뱃돈을 회수해서 ‘감사히 받지 않으면 손해’라는 걸 인식시켜 줬다니 옳은 교육이다.

아이 엄마가 아이의 태도를 야단 치기보다는 “아직 애인데 뭘 그렇게까지 하냐”며 아이를 감쌌다니 엄마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문제 아이 뒤에는 항상 문제 부모가 있다. 제대로 훈육하는 엄마라면, 조용히 아이를 데리고 가 언행을 훈계하고 세뱃돈을 뺏어서 이모에게 다시 주고 사과한 후에 받으라고 해야 한다. 어른에게 하는 아이들의 버릇없는 행동은 부모의 책임이다.

아이의 반응을 볼 때 평소에 오냐오냐 키운 티가 난다. 어른에 대한 공경은 사라지고 세뱃돈 액수만 생각하며 감사함을 몰라 생기는 부작용이다. 아이들에게 설을 용돈 받는 날로만 인식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세배를 왜 하는지, 어른이 덕담을 건네면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 세뱃돈을 덥석 받기보다는 겸손과 사양의 미덕도 가르치는 게 좋다.

새해가 된 설 명절에 웃어른을 공경하고 장수를 비는 마음에서 드리는 세배의 의미가 퇴색되어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한다. 세뱃돈은 세배한 젊은이에게 어른이 덕담을 건네는 미풍양속에서 시작했다. 과거에는 과자나 음식을 주던 게 돈을 주는 형태로 변했다. 어른이 새해에 좋은 일 많이 생기라고 주는 용돈이다. 세배했다고 세뱃돈을 꼭 줘야 하는 게 아니기에, 금액을 떠나 작은 액수라도 주면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야 한다.

5만원권이 생긴 후 곳곳에서 세뱃돈 액수로 인한 갈등이 생긴다. 초등학생이 3만원이 적다고 “에게?”라고 했다는 건 평소에 돈 가치를 알려주지 않고 펑펑 쓰게 했던 탓이다. 절반은 부모의 책임이다.

세배의 의미보다는 용돈 챙기는 날로 인식을 시켜주면 아이들도 무의식 속에 예의 없는 행동을 한다. 세뱃돈 봉투를 받아도 어른 앞에서 바로 열어 확인하는 행동도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고 알려줘야 한다.

친척 결혼식에서 만난 조카에게 반가운 마음에 5만원을 용돈으로 줬다가 “에게? 5만원”이라고 하는 여동생인 조카 엄마와 다툰 적이 있다는 오빠의 사연도 있다. 용돈을 챙겨 주는 오빠의 고마운 마음부터 헤아리지 않고, 돈 액수만 따지는 속물에 가깝다.

그동안 오빠들을 만날 때면 일부러 조카들을 항상 데리고 나와 “삼촌한테 용돈 달라고 해”라며 부추기는 행동까지 했다니 잘못이다. 엄마의 잘못된 가르침이 조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우려스럽다.

어른으로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챙겨 주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성인이 되고 보면 안다. 자신이 써야 할 곳을 참고 돈을 모아야 줄 수 있다. 조카들 어릴 때 아무리 잘해도 크고 나면 이모, 고모 챙기는 사람 없다. 이모, 고모도 자기 자식이 생기고 나면 조카에 대한 애정이 줄어드니 너무 많은 감정을 조카에게 소모할 필요 없다. 세월이 지나면 안다.

세뱃돈 액수로 인한 불협화음을 없애려면 세뱃돈을 모아서 나눠주는 현명한 방법이 있다. 세뱃돈 줄 사람들이 각자 준비한 세뱃돈 예산을 누가 얼마 냈는지 모르게 모은다. 모은 돈을 세뱃돈 받을 아이들 인원수에 맞게 적절하게 나눠 액수를 차등해서 나눠주면 된다. 초등학생보다 중학생은 1만 원, 고등학생은 2만원, 대학생은 3만원을 더 주는 방식이다.

세뱃돈을 주는 어른들도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준다고 자존심 상하지도 않고, 아이들도 똑같은 액수의 세뱃돈을 받으니 불만도 없다. 각 가정에서 세뱃돈을 모아서 나눠주는 아이디어로 세뱃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보자. 설에 받는 세뱃돈을 돈의 소중함을 아는 기회로 교육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