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결혼을 앞둔 한 여성이 파혼의 이유로 올린 글이 화제다.

이 여성은 ‘남자친구가 호텔에 놀러 가면 퇴실 시 호텔 요금에 청소 비용이 포함되었다며 일부러 어지르고 나온다. 비싼 호텔일수록 정도가 심했다’ ‘예비 시어머니는 1인당 8만원대 한정식집에서 식사가 끝날 무렵 반찬 10여개를 리필한 후 다 남기고 나왔다’고 썼다.

시어머니는 “비싼 식당에선 이렇게 해야 손해를 덜 본다”라고 말했다니 우려스러운 마인드다. 두 모자의 사례는 부모의 행실이 자식에게 어떻게 대물림 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잘못인 줄 모르고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다’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문제다. 엄마가 그런 행동을 하는데도 남편이나 자식 중 아무도 행실이 잘못되었다 지적한 사람이 없었다니, 식구들도 비슷한 가치관으로 뭉친 집안이다. 먹지도 않을 음식을 주문해 남기고 나오는 건 불필요한 음식물 쓰레기를 발생시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필자는 식당에서 반찬이 너무 많으면 내가 먹지 않을 반찬이나 안 먹어도 되는 반찬을 미리 빼달라고 한다. 지구상에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사람도 많은데, 반찬을 남겨 버리는 게 너무 아까워서다.

여행 가서 호텔에 묵을 때면 퇴실 전에 내가 사용하던 수건은 한곳에 모아둔다. 어차피 교체할 침구라도 적당히 정리한다. 쓰레기는 편하게 치울 수 있도록 같은 쓰레기끼리 모아서 두고 나온다.

필자가 나간 후 청소원이 이 방에 묵었던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할 텐데, 부끄러운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일부러 어지르고 나오는 행동은 청소에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하게 한다.

‘돈 냈으니 일부러 더 어지럽히고 나와야 본전을 뽑는다’ ‘먹지도 않을 반찬을 리필해서 버리고 나와야 이익이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늘 손익계산을 할 사람이다.

어딜 가든 종업원에게 반말하며 하대하는 사람도 보기 좋지 않다. 상대가 나보다 못나면 우쭐하고, 조금 잘난 사람을 만나면 굽신거리는 인성의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고 사는 게 행복하다.

내가 낸 돈에 일부러 더 어지럽히고 나오거나, 먹지도 않을 반찬을 리필하는 비용까지 들어 있지는 않다. 불필요한 행위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의 인격과 가치를 낮추는 행동이다. 생활 속에서 사소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며 살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일조한다.

배달 음식을 다회용기에 받았다면 남은 음식은 본인 집에 버리고 설거지 정도는 아니어도 물청소라도 해서 내놓으면 좋다. 국물이 줄줄 흐르는 남은 배달 음식을 공동현관에 파리가 들끓도록 내놓는 사람은 배려가 없다.

자동차 보험 만료되기 전에 남은 긴급출동 불러서 주유하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처럼 들린다. 보험 사기에 가깝다. 돈 낸 만큼 상대에게 피해를 줘야 본전을 뽑는다는 천박한 사고방식이다.

‘자신이 낸 돈은 절대로 손해 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집착해 살면 삶이 피곤하다. 거지 근성을 갖고 살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부자라고 할 수 없다. 돈 없어도 넉넉한 마음의 부자로 사는 게 좋다.

자식 교육은 정직하다. 부모가 콩 심은 데 콩 난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인성의 집안이라면, 시집온 며느리에게도 비슷한 대우할 가능성이 크다. 빠르게 판단해 파혼을 결정했다니 현명한 여성이다.

사소한 문제에서 부딪혀도 맞춰가기 힘든 게 결혼 생활이다. 부부간에 이런 가치관의 차이는 사랑으로 극복하기 힘들다. 성인이 된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모의 잘못된 행동과 습관이 자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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