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아시안컵 사태로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을 영국까지 찾아가 사과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강인 선수를 너그럽게 용서했다. 손 선수의 용서로 이강인 선수는 국가대표에 다시 발탁됐다.

손 선수는 실력만큼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세계적 스타 호날두의 행실과 비교해 보면 손 선수가 얼마나 겸손한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깊은지 알 수 있다. 뉴스에 나오는 손 선수의 퉁퉁 부은 손가락 사진을 보면 아시안컵 당시 주장으로 얼마나 화가 났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래도 다음날 경기에 최선을 다한 모습은 감히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인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어릴 때 몸에 배지 않은 인성은, 어른이 된 후 흉내 내려고 해도 금방 바닥이 드러난다. 내면에서 우러나와야 진짜 인성이다.

손 선수의 인성은 어릴 때 그를 가르친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영향이 가장 크다. 손 선수를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훌륭한 선수로 키워낸 손 감독은 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절대 편해지려고 하지 말고 솔선수범하라. 아이가 태어나면 말은 못 하고 눈으로 보기만 한다. 누구나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하게 된다. 부모는 TV 보고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하겠느냐. 자녀가 책을 읽기를 바란다면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써라”고 교육관을 밝혔다. 필자도 공감하지만, 부모라면 꼭 새겨두고 실천해야 할 말이다.

손 선수의 실력과 인성 뒤에는 손 감독의 흔들리지 않는 자녀 교육에 대한 확실한 철학이 있었다. 부모로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려면 자식을 위해 배고픔, 불편함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더 분발해 노력한다. 부모를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체벌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진짜로 체벌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엄할 때는 부모가 엄하게 자녀들을 지도해야 한다”로 받아들이면 된다. 안되는 것과 되는 것은 분명히 구분 지어 어릴 때 인식을 확실히 시켜야 한다. 내 자식 기 살려야 한다고 무조건 오냐오냐하는 건 부모로서 역할을 포기하는 행위이고 방임에 가깝다.

인성은 가르치기보다는 부모가 만든 환경에서 저절로 습득하게 하는 게 좋다. 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올바른 인성을 보여줘 부모를 거울처럼 보고 자라게 하면 된다. 부모가 솔선수범하지 않고 말로 가르치는 인성은 한계가 있다. 솔선수범한 손 감독도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을 성인이 된 후에도 묵묵히 따라주는 손 선수는 더 훌륭하다.

자녀의 문제는 모두 부모에게서 나온다. 부모가 상식 없이 행동하고,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자녀도 그대로 따라 한다. 자녀를 훌륭하게 기른 모범사례의 가정은 면학 분위기가 남다르다. 부모는 TV나 휴대폰만 보면서 자녀에게 “공부해”라고 한다면 결코 자녀가 공부를 잘할 수 없다. 심지어 책 한 권 읽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 애들은 공부에 흥미가 없나 봐”라고 말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필자가 학교에 근무할 때만 해도 부모들이 도저히 훈육이 안 되는 아이들을 교사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학교가 무너져 교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시대다. 부모가 솔선수범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

손 감독이 손 선수와 같이 축구를 하듯이, 부모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습부터 보여야 아이들도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를 잘한다. 권위가 아닌 솔선수범하는 부모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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