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월드컵 국가대표 황선홍 감독이 많은 축구팬과 국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강인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해 논란이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벌어진 주장에 대한 하극상 사건의 여파로, 축구팬들은 태국과의 경기를 보이콧 운동까지 할 정도로 국가대표 선발을 반대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이강인 선수의 국가대표 발탁은 교육적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많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교훈으로 선례를 남길 수 있었던 사안이라 아쉬움이 크다.

이전에 배우나 가수, 또는 지망생들이 학창 시절에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중도 하차하는 일이 많았다. 철없던 어린 시절의 잘못된 행동이라도 폭력은 용서되지 않으며, 언젠가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학생들에게 남길 수 있었다. 그 사건 이후 연예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친구들과의 관계나 학교생활에서 모범적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높아졌다.

이강인 선수의 사례도 운동부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았다. 엄연한 하극상 사건의 주동자임에도 아무런 징계나 반성 없이 실력이 뛰어나다고 국가대표에 선발하는 건 비교육적이라 우려가 크다. 국가대표가 부적절한 행위를 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운동부 학생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해 스포츠 정신이나 교육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 신중했어야 한다.

뉴스에 나오는 손흥민 선수의 굽어진 손가락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국민이 많다. 최소한 주장의 손가락이 다 아물 정도의 시간 정도는 제외하거나, 협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한 징계 절차를 밟고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했다.

국가대표 축구팀의 위계를 생각한다면 강팀과의 경기도 아닌 태국과의 경기 2연전이라도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해서 적절한 질책과 반성의 과정을 거쳐야 앞으로 더 나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이강인 선수를 위해서도 좋은 길이었다.

황선홍 감독의 “경기장에서 일어난 일은 경기장에서 풀어야 한다”는 말도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논리다. 경기장에서 팀을 이끄는 주장에 항명하고, 손가락 부상을 입힐 정도의 하극상이라면 경기장이 아닌 축구협회 차원에서 다뤄야 할 중차대한 문제다. 감독 혼자 직권으로 “당사자끼리 화해했으니 용서하자”할 수 있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이강인 선수를 선발할 거라면 차라리 주장 손흥민 선수를 선발하지 말았어야 한다. 축구는 혼자 잘해서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팀워크가 중요시되는 이번 경기에서 얼마나 경기력이 올라올지 두고봐야 할 일이다. 국가대표는 어떤 경우든 실력보다 인성과 국민에 대한 존중과 애국심을 우선으로 가져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번 문제 일으킨 학생이라서 포기한다면 교육하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이강인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뭇매를 맞고 있다. 학생도 아닌 연 수입 100억 가까운 프로선수를 학생에 빗대어 조건 없는 용서가 바람직하다고 옹호하는 건 잘못이다. 학생이라도 학교폭력을 저지르면 합당한 처벌을 해 피해자의 아픔을 먼저 위로해야 맞다. 게다가 학생도 아닌 프로선수를 교육감이 나서서 옹호하는 건 부적절한 처사다.

부모가 아이를 교육할 때도 잘못한 행위에 대해서는 따끔한 질책과 반성이 먼저고, 그 후에 보듬어서 잘못을 느끼게 해야 아이가 반성하고 잘하려고 노력한다.

국가대표 주장에 대한 하극상도 잘못이지만, 우승을 바라며 잠을 설쳐가며 응원한 국민을 배신한 잘못은 단순한 사과로 용서할 수 있는 잘못이 아니다. 이번 선발을 용납할 수 있는 국민이 많지 않은 이유다. 축구만 잘하면 국가대표가 되는 나라보다, 국가대표가 될 수 없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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