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 1775년 미국 독립전쟁 당시 자유의 투사 패트릭 헨리(Patrick Henry)는 선언문을 통해 이같이 호소했다.

조지 워싱턴이 지휘하는 미국 독립군은 5만여명이 희생하여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훈련이 잘된 영국군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 미국 독립군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영국군도 기록을 보면 4만여명이 전사하거나 혹은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인간의 삶에서 ‘자유’는 생명처럼 소중하다. 인간이 자유를 누리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자유가 없다면 땅을 갈아 농사짓고 항해하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자유의 소중함을 피력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브레이브 하트(용감한 마음)’의 라스트 씬은 주인공(멜 깁슨 분)이 ‘프리덤’을 절규하는 장면이다. 단두대에서 사형을 당하면서 스코틀랜드 영웅은 하늘을 바라보고 ‘자유’를 외친다. 처절한 절규가 자유가 없이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국가, 국민들을 향한 외침 같아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6.25전쟁을 통해 미증유의 희생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 지금부터 73년 전 참혹한 전화를 딛고 지금은 세계 5~6위 경제대국을 이룩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한류를 통해 이제는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나라가 됐다. 북한과의 경제적 격차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6.25전쟁 당시 참전하여 초토화된 대한민국을 눈에 담고 귀국한 참전국 장병들은 이제 80이 되는 나이에 한국을 방문, 뜨거운 감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누구나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이 굳건한 방위력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는 한미 상호방위 조약이 큰 몫을 했다. 주변의 강대국이 한국을 얕잡아보고 침략할 수 없는 방패가 바로 이 조약이다. 우리가 그동안 고도성장을 하고 경제적 부상을 이룩한 것도 굳건한 안보장치가 있어서이다.

최근 영화계 화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건국전쟁’이란 다큐다. 몇십개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이 영화가 이제는 2백여곳으로 확대됐으며 예약률도 3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관객도 노년층에서 입소문을 타고 젊은 층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4.19 당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하야에서 6.25전쟁의 회고, 그리고 임시정부 시절의 일화까지 자료와 증언, 기록영상을 담고 있어 현대사를 정리한 역사자료와 같다. 필자에게 인상이 남는 것은 항상 하얀 두루마기에다 중절모를 쓴 대통령의 검소한 모습과 대통령직 하야 이후 하와이에서 사는 모습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 망명한 전직 권력자들과는 판이한 생활을 했다. 집이 없어 임시 빌어 사는 집세를 교포가 대납해 주었다. 수백억원을 부정 축재, 스위스 은행에 숨겨 놓았다는 의혹은 모두 거짓이었다.

낙동강까지 북한군이 내려왔을 때 미국대사는 망명을 권유했다. 그때 이 전 대통령은 권총을 빼 들고 ‘북한군 하나라도 더 쏘고 먼저 아내를 쏜 후 자결하겠다’고 까지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비겁한 대통령이 아니었다.

최근 옥중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푸틴의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해 9월 측근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가 눈길을 끈다. 그는 한국의 민주화 사례를 언급하면서 러시아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필자도 중국을 다녀보면 많은 인사들이 속마음을 토로하면서 한국의 자유를 은근히 부러워했다. ‘건국전쟁’이란 다큐가 우리나라 건국사를 바로잡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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