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유행어 가운데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이 시대 긴요한 정치인의 사상을 지칭하는 말일 게다. 사전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시대정신(時代精神, spirit of the age, spirit of the time)은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이다. 이 용어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쳐 독일을 중심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이 이재명 대표를 가리켜 ‘시대정신’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대표의 어떤 점이 시대정신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 민주당은 4.10 총선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노정되고 있다. 여러 가지 비리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의자 신분인 이 대표의 위상이 시대정신이라면 잘못된 표현이다.

야당의 한 여성 후보는 모 방송에서 이 대표를 탤런트 차은우보다 더 미남이라고 평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낙하산 공천으로 후보가 되었다. 아부도 이쯤이면 금메달감이며 국민들로부터 조소거리가 되었다. 지나치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를 한번 음미해 봐야 할 일이다.

함부로 시대정신을 말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현재 긴요한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북한의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강인한 결기를 꼽고 싶다. 북한의 대남 핵 위협에 대한 비판과 조국수호 결기를 이 대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해묵은 동서 지역감정, 세대 간의 갈등도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특정 정당에 매몰된 지역주의로는 대한민국 통합은 요원하다. 총선을 계기로 지역 간, 정당 간, 후보자 지지기반이 공고화 되고 있으며 살벌한 감정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여야가 영호남에 각기 허수아비를 세워도 무조건 지지하는 풍토도 버려야 한다. 영남은 그래도 20~30%를 야당 몫으로 지지하고 있으나 호남지역은 그동안 콘크리트 벽을 깨뜨리지 못했다. 동서화합이란 과제는 요원하기만하다.

호남은 아직도 지역이 낙후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호남지역은 그동안 국가적 투자가 많이 이뤄져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한려수도 여수시 땅끝 여러 섬을 잇는 연육교는 외국 관광지가 부럽지 않다. 대통령은 며칠 전 전남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천문학적 국가 투자 사업을 약속했다.

최근 야당 텃밭인 인천시 계양구 선거구에서 여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축구스타 이천수씨가 폭행을 당했다. 또 드릴로 위협까지 받았다고 한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유의사에 따라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또 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바꿀 수도 있다. 배신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위해하려는 것은 폭력이며 자유민주주의에 위배되는 처사다. 이런 반민주적 행태를 검찰에서는 수수방관해선 안 될 것이다.

이익단체의 정례적 행사가 되고 있는 도로점거 농성과 파업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 지금 수련의들의 파업은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처우 개선이나 열악한 환경을 해결해 달라는 주장이 아니다. 최근 20여년간 의료파업이 네 차례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응급상황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민여론조사에서도 파업철회를 주장하는 응답이 많다.

의대생 정원 증원 문제를 가지고 수련의들이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히포크라테스 정신과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 노동조합은 막강한 권한으로 정치에도 영향을 주지만 의사협회가 파업에 동참하지는 않는다. 며칠 전 프랑스 의사들도 5일이라는 기간을 설정 파업한 후 다시 의료 현장으로 돌아왔다.

총선에 나설 여야 후보들은 수련의 파업에도 침묵하고 있다. 정치인의 시대정신은 국민의 정서와 일치해야만 한다. 아부보다는 대표에게 고언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참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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