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수술 연기 장거리 진료도
간호사 업무 가중·애로사항 159건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아울러 커지는 의료공백에 간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이들이 불법 의료행위에도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10시, 복지부가 94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소속 전공의는 8897명으로, 수련병원에 속한 전공의의 78.5%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은 7863명(69.4%)인 것으로 파악됐고,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40건으로, 수술 지연이 27건, 진료거절이 6건, 진료예약 취소가 4건, 입원 지연은 3건이었다.
접수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사례들을 보면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50대 보호자는 흉부외과 응급진료를 볼 의사가 없어 기약조차 받지 못하고 기다려야만 했다.
또 충남지역의 50대 남성은 자신의 시어머니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다가 넘어져 위급한 상황에서 진료 가능한 병원이 없어 대전까지 먼 거리를 가서 진료 받은 사례도 있었다.
전국 대부분의 종합병원 응급실에서는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전공의 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수원 모병원은 현재 주요 진료과의 신규 외래 진료는 아예 불가능한 상태다. 암 수술 후 수시로 입원해온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거나, 항암치료 중 소변줄이 끊어졌는데 의사가 없어 내원하지 못하는 등의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 지역 마다 급하지 않는 수술 중심으로 일정을 미루거나, 요일을 특정해 진료를 받지 않고 있다.
전공의가 환자 곁을 떠나자 그 자리에는 많은 간호사들이 대신 채워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협)에 따르면 간호사들이 대리처방과 대리기록에, 심지어 치료처치 및 검사와 수술 봉합 등의 불법진료에 내몰리고 있고, 또 전공의 업무 대부분을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도 아닌 일반간호사들이 떠맡고 있다.
PA 간호사는 의사의 진료보조를 수행하는 인력이지만, 현행 의료법상 진료보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위법과 탈법의 경계선상에서 암암리에 일부 의사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난 20일 개설된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의 접수건이 이날 오전 9시 기준 154건이었다. 간호사가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불법진료 행위지시’로 집계됐다. 신고된 사례에 따르면 치료·처치 및 검사, 수술보조 및 봉합 등 수술 관련 업무, 비위관(L-tube) 삽입 등 튜브관리, 병동 내 교수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처방이 있었다. 또 간협은 “PA간호사의 경우 16시간 2교대 근무 행태에서 24시간 3교대 근무로 변경된 이후 평일에 밤번근무(오후 9시30분∼오전 8시)로 인해 발생하는 ‘나이트 오프’는 개인 연차를 사용해 쉬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또 교수가 당직일 경우 처방 넣는 법을 모른다며 쉬는 날임에도 강제 출근 시킨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은 불법진료 행위지시에 대한 보호받을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간호사들을 더 이상 불법진료로 내모는 일은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한다”며 “간호사들이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환자간호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현장에서 법의 모호성을 이용한 불법진료행위가 간호사를 보호할 법 제정을 통해 근절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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