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예약하러 왔다가 진료받고 가요”
응급실 전체 12병상 가운데 2개 가동
내원 환자 5명에 “홍보 부족 지적도”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적십자병원이 24일 의료 대란에 대비해 토요일 진료를 추가 편성하고 환자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적십자병원이 24일 의료 대란에 대비해 토요일 진료를 추가 편성하고 환자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의료대란이라 해서 혹시 예약만이라도 하려고 왔는데 진료받고 가려고요.”

24일 토요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을 내원한 강우진(가명, 60대)씨는 이같이 말하며 채혈실에 들어갔다.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이 현실화한 가운데 일부 공공의료병원에는 여유로운 모습이 포착됐다. 비상운영체계가 가동된 가운데 환자들이 주말 외래 진료 부활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어, 정부 홍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대학병원에서 ‘진료 콜센터’를 통해 환자를 중소·시립 병원들이 받을 수 있도록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6시 기준 서울 전체 수련병원 47개소의 전공의 5678명 중 429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체 전공의의 75.6%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이 수련하는 종합병원에서는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 축소돼 운영되고 일부 환자들은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 사례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서울적십자병원에는 적막감이 돌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적십자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이날 토요일 진료를 운영했다. 이는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에 119구급활동·시립병원 비상운영체계를 가동한 데 따른 조치였다. 접수처는 한 명의 직원이 환자를 응대했다. 이날 진료받는 내과·정형외과의 간호사·의사들이 환자들을 받았다.

20일째 입원 중이라는 박진태(가명, 50대)씨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환자들이 여기로 많이 몰릴 줄 알았는데 진료받는 데에 아직까지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영수 서울적십자병원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환자 수가 크게 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문 병원장은 “지난번 전공의 이탈 사건 후 많이 늘 줄 알았는데 크게 늘지 않았다”며 “외래 환자 숫자가 잠깐 늘었는데 그게(의사 집단행동) 영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통상 환자 빈도는 날씨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데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조금 늘었는지는 모르겠다는 설명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 거부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 거부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3.

또 응급실 병상 부족도 큰 문제로 지적되지 않았다.

이날 오전 기준 12여석 응급실 병상 가운데 2곳만이 환자로 채워졌다. 문 병원장은 “우리 병원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지만, 큰 종합병원에 환자들이 몰리고 작은 병원들은 아예 안 오는 형태”라며 “통상적으로 24시간 동안 10명도 안 오기 때문에 더 온다고 해서 크게 부담될 것 같지 않다”고 예단했다.

다만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된다면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다만 이 사태가) 너무 오래 가면 안 될 것 같다”며 “상급 종합병원에서만 가능한 고난도 수술 등은 현 병원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선 우려된다”고 했다.

이날 서울적십자병원에 시찰을 나온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적십자 병원은 수련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의료대란에 대해 “의료인 입장에서 보면 정부와 의료단체가 좀 더 좀 깊은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며 “서로 지성인들이니, 정부와 의사들이 조금씩 양보해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환자들만 손해 봐서는 안 되지 않느냐”며 “조금만 한 발씩 뒤로 물러서면 금방 해결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 낮 12시까지 진행된 외래 진료에는 5명의 환자가 방문했다. 이같은 적은 환자 수는 홍보 미흡이라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전날 오후 3시에 이같은 병원 운영 시간이 결정돼 상대적으로 홍보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응급실 병상이 부족한 반면 공공의료 병원에 환자가 적은 것에 대해 “대병 병원에서 ‘진료 콜센터’를 운영해 효율적인 환자 분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촉발된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 및 사직 등 현장이탈이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는 모습을 지나가던 의료진들이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촉발된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 및 사직 등 현장이탈이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는 모습을 지나가던 의료진들이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4.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일부 응급환자 쏠림 현상에 대해) 대학병원들이 응급환자를 되돌려 보내지만 말고 병원을 책임지고 연결해 줘야 한다”며 일명 ‘진료 콜센터’ 운영을 제안했다.

또한 김 교수는 “병원들이 협력해 환자를 중소병원들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상대적으로 병동 간호사들은 (환자가 빠져나가서) 여유가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은 중환자 중심으로 진료하고 PA(임상 전담 간호사·수술실 간호사로 불리는 진료 보조)간호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법적인 안전장치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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