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건설사 자금 사정 조사
‘곤란’ 38%, ‘자금 악화’ 33%
원인은 ‘원자재·인건비 상승’ 
 40% “금리·수수료 완화 필요”

콘크리트 타설이 멈춘 건설현장. 2022.11.30. (출처: 연합뉴스)
콘크리트 타설이 멈춘 건설현장. 2022.11.30.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나라 건설기업 10곳 중 7곳은 이자비용 감당이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건설기업 자금사정 조사(102개사 응답)’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기업 10곳 중 4곳은 “현재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답했다. 또 “올해 하반기에 자금사정이 호전될 전망”이라고 답한 기업은 10곳 중 1곳에 그쳤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기업의 76.4%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3.50%)에서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고 답했다. 현 기준금리 수준에서 “여유가 있다”는 기업은 17.7%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최근 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은 ▲평년과 비슷(43.1%) ▲곤란(38.3%) ▲양호(18.6%) 순으로 나타나, ‘곤란’이 ‘양호’의 약 2배였다. 하반기 자금사정 전망도 ▲비슷(52.9%) ▲악화(33.4%) ▲호전(13.7%) 순으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연말까지 건설업종 자금난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31.4%)’이 가장 많았다. 이어 ▲높은 차입 금리(24.5%) ▲신규계약 축소(16.7%) 순이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자금사정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드러난 셈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4.01.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4.01.11.

올해 연말 우리나라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서 기업들은 ▲3.50%(32.4%) ▲3.25%(30.4%) ▲3.00%(15.7%) ▲3.75%(15.7%) 순으로 꼽았다. 한경협은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현재 3.50%인 기준금리가 올해 내내 동결되거나 연내 0.25%p 인하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자금수요와 관련해 응답기업의 65.7%는 “올해 하반기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26.4%로 “감소할 것”이라는 기업(7.9%)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자금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32.4%)이 가장 많았고, 선투자 사업 추진(17.6%), 원자재‧장비 구입(16.7%) 등의 순이었다. 

한편 건설사들은 주로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자금조달 시 높은 대출 금리와 수수료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기업들은 주된 자금조달 방식으로 ▲금융기관 차입(72.5%) ▲내부유보자금 활용(17.6%) ▲회사채 발행(4.9%) 등을 꼽았다. 자금 조달 시 최대 애로사항으로는 ▲높은 대출금리 및 각종 수수료(75.5%) ▲과도한 연대보증 및 담보 요구(10.8%)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의 모습. ⓒ천지일보DB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의 모습. ⓒ천지일보DB

건설사들은 안정적인 자금관리를 위한 정책과제로 ▲금리부담 및 수수료 수준 완화(39.2%) ▲공급망 관리를 통한 원자재 가격 안정화(16.7%)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완화(16.7%) 등을 지목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복합적 요인으로 건설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설업계가 한계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금리·수수료 부담 완화, 원자재 가격 안정화, 준공기한의 연장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통계는 모노리서치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매출(2022년 기준) 500대 건설기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한 전화, FAX, 이메일 조사로 진행한 설문이다. 총 102개사가 응답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8.53%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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