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건설사 폐업 219건↑
연초부터 건설업체 2곳 부도
연체·부실 비율 1년 새 3배
은행권 연체율 13년來 최고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3.11.19. (출처: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3.11.19.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가 확정된 가운데 건설·부동산 업종의 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 불안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한 해 동안 폐업한 종합건설사가 581곳에 달하는 데다, 올해 초에도 2곳의 건설사가 추가로 부도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특히 건설·부동산 업종의 연체율·부실채권 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사실상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나쁜 상태로 확인되면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부실 정리 노력이 필요하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침체에 건설사들 폐업 속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간한 ‘1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는 전년 대비 219건 증가한 총 581건에 달했다. 이는 2005년(629건)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직전 3년간 300건대를 유지했던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종합건설기업 폐업 건수는 2020년 327건, 2021년 305건, 2022년 362건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폐업 기업이 폭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난 업체도 전년보다 1곳 늘어난 6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 짓고 난 뒤 안 팔리는 ‘악성 미분양’이 늘어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총 1만 465가구로 이 중 지방 물량이 전체 80%(8376가구)를 차지했다.

건설사들의 부도는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2곳(전문건설업체)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부도 업체는 모두 전문건설사로, 울산·제주에 위치했다.

◆대형건설사 ‘제2의 태영’ 우려 지속

지방건설사를 비롯해 도급순위가 높은 대형건설사들 사이에서도 ‘제2의 태영건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배경이 무리하게 늘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483.6%다. 건설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면 위험, 300%를 넘으면 고위험으로 본다.

단순 부채비율만 놓고 봤을 때 태영건설처럼 ‘고위험군’에 속한 건설사는 신세계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이다. 신세계건설 부채비율은 467.9%로 태영건설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순차입금도 지난 2022년 말 482억원에서 작년 9월 말 기준 2374억원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고, PF우발채무도 1천억원으로 불었다.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은 313%로 신세계건설과 태영건설에 비해 다소 낮지만 고위험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GS건설과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도 ‘제2의 태영건설’이 될 수 있는 건설사로 꼽히고 있다. GS건설은 도급사업 PF 보증 1조 6천억원(작년 6월 말 기준) 중 대부분이 미착공 사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절반은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250.3%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작년 9월 말 기준 PF 보증 규모가 5조 8천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도급사업 PF 보증(4조 9천억원)의 약 70%가 미착공사업장인 상태다. 앞으로 분양실적에 따른 리스크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어선 SK에코플랜트·한화·아이에스동서·한신공영·HL D&I 등에도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부동산 대출 ‘역대 최대치’

문제는 건설·부동산 업종의 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한국은행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은행+비은행)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 5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지난해 3분기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년 전 2022년 3분기(580조 8천억원)보다 4.8%, 2년 전 2021년 3분기(497조 6천억원)보다 22.3% 늘었다.

특히 2년 사이 비은행권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이 155조원에서 193조 6천억원으로 24.9% 급증했다.

부동산 경기 냉각 등의 영향으로 연체율 등 부실 지표 수준과 상승 속도는 급증하고 있다. 작년 3분기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각 5.51%, 3.99%로,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2022년 3분기(1.77%, 1.55%)와 비교해도 불과 1년 사이 각 3.1배, 2.6배로 뛰었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의 경우 저축은행에서 건설업이 7.34%, 부동산업은 5.97%로 집계됐다. 1년 전(2.20%, 2.52%)의 3.3배, 2.4배 수준이다.

부동산업 NPL 비율은 2018년 4분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의 경우 2013년 1분기(35.36%) 이후 10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건설·부동산업 연체율은 각 0.58%, 0.15%로 2015년 3분기(3.65%), 2010년 3분기(2.63%) 이후 8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은행권의 두 업종 NPL 비율(0.92%, 0.27%)도 2011년 1분기(10.23%), 2010년 3분기(6.35%)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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