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대한노인회장은 전국 노인을 대표하는 직책이다. 노인회장이 구설에 오르는 건 어떤 이유든 노인들의 입지를 좁게 만드니 처신에 유의해야 한다.

노인회장이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망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향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키워보지 않고, 가정 살림도 안 해보니 세상 물정을 한참 모르는 헛소리를 남발한다”며 비판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는 노인이 외출을 안 해 며느리의 행복권을 박탈한다”라는 말은 내 귀를 의심할 정도다. 정치,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라도 결혼, 자식 타령은 어불성설이다. 결혼, 자식 유무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 결혼하고, 애도 키워보고, 인생을 오래 사신 분이라면 편협된 사고를 버려야 어른답다.

결국 둘이 라디오에서 맞토론까지 벌였으니 꼴사나운 모양새다. 노인회장은 “승객이 없어도 어차피 운행하는 지하철에 우리가 무임승차 하는 게 지하철 적자와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주장한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90명이 타고 다니는 지하철에 100명이 타게 되면 하중이 증가해 동력이 더 필요하다. 열차 수명과 수리 주기도 짧아지고 냉난방 비용도 많이 든다. 1인이 타는 자동차에 4명을 추가로 태우고 다니면 연료도 많이 들고, 타이어 마모도 빨라지고, 정비도 자주 해야 한다. 지하철 관리인력도 더 필요해 인건비가 늘어나니 적자와 관련이 크다.

이 대표의 “무임승차, 경마장역에 가장 많다”는 발언은, 노인이 하차하는 역에서 경마장역에 내리는 비중을 따지면 정말 미미한 걸 모를 리 없음에도 저급한 갈라치기식 언사다. 경마장역에 내리면 무조건 경마 게임을 하러 간다는 편견이다.

경마장역에 내리는 노인을 혐오하게 만들려는 젊은이답지 못한 발언이다.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며 대중을 현혹하려 자극적인 단어를 찾았는지 모르지만, 무임승차 폐지와 크게 관련 없는 데이터다.

“6.25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 대한민국의 발전에 헌신해 온 노인을 홀대하지 말라”는 주장도 어폐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90세 이상의 우리의 부모 세대이지, 노인 무임승차 유지를 주장하는 60, 70대가 아니다. 적절한 선에서 양보할 건 양보하며 부담을 나눠 가질 방안을 노인들 스스로 내놓아야 할 때다.

초고령화 추세와 저출산으로 생산 가능 인구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기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무임승차 폐지는 몇 년 후 필자도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폐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나이라도 연장해야 한다.

40여 년 전, 65세 이상 인구 4% 정도 되던 시절에 대통령의 선심성 지시로 급조한 정책이다. 지금은 65세 이상 인구가 25%에 육박하는 초고령사회가 코앞이다.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의 기준은 최소 70세 이상은 되어야 한다. 지하철이 다니는 대도시 노인에게만 교통 복지의 초점이 맞춰진 무임승차 정책은 형평성에 맞게 개편하는 게 맞다.

무임승차 논쟁을 떠나 나이 들어 어른으로 대접받고 싶으면 나이에 걸맞은 품위 있는 언행부터 갖춰야 한다. 나이 먹은 게 벼슬이라 여기며 천박한 언행을 일삼는 노인을 공경할 젊은이는 없다. 잘못된 신념으로 젊은이의 생각이라면 무조건 “틀렸다”고 치부하는 노인을 공경할 사람은 없다. ‘최소한 타인의 삶에 민폐는 끼치지는 말자’라는 마음으로 언행에 유의하며 살아야 한다.

나이 들어도 젊은 사람한테서 배울 게 있다. 나이 많다고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안다는 자신감은 버리고, 젊은이를 먼저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와 겸손함을 갖춰야 한다. 나이 든 걸 벼슬로 인정해 주는 사람은 이제 없다.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는 말을 실천하는 어른이 대접받는다. 어른으로 품격은 나이가 아닌 인성과 너그러운 마음 씀씀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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