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 (제공: 한국경제인협회) ⓒ천지일보DB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한국경제인협회)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해 ‘2024년 공정거래 분야 20대 정책과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했다고 6일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공정거래 관련 기업들이 가장 크게 애로를 호소하는 규제는 ‘동일인 지정제도’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회사 또는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있다. 기업 성장정책에 따른 경제력 집중과 시장경쟁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986년 도입됐다.

경제계는 동일인 지정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제도 도입시기와 비교해 국가 경제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그 취지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동일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은 매년 계열사 신고를 해야 하는데, 단순 자료 누락 및 오기만으로 동일인(자연인 한정)이 형사처벌을 받는 점도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고, 지주회사 등 기업집단의 핵심기업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지주회사 규제가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고객 자금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금산분리 원칙’으로도 불린다.

경제계는 고객 자금을 수신하지 않는 여신금융사(카드사와 캐피탈 등)도 보유 금지 대상에 포함돼 규제 목적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제공: 한국경제인협회) ⓒ천지일보 2024.02.06.
(제공: 한국경제인협회) ⓒ천지일보 2024.02.06.

해외에서는 지주회사가 모든 형태의 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는 일본의 세븐&I홀딩스, 프랑스의 르노가 있다.

한경협은 지주회사가 여신전문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 금지 원칙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계는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지주회사 체제 밖의 계열사)’의 투자 제한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는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투자조합이 투자한 벤처회사의 주식 및 채권을 ‘지주회사 등(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및 증손회사)이 아닌 계열사’가 취득·소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따라서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는 사업 시너지가 예상되는 벤처기업이 있더라도 인수가 불가능해 CVC에 출자할 유인이 적은 상황이다.

한경협은 대기업 계열사의 투자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도 CVC가 투자한 벤처기업의 인수를 허용해달라고 제안했다.

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 및 공익법인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제도 정책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기업 소속 금융보험사는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 집단 소속 금융사들은 핀테크 회사를 인수해도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 핀테크 회사에 투자할 유인이 크게 떨어진다.

대기업 공익법인도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원칙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공익법인을 통해 대주주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제공: 한국경제인협회) ⓒ천지일보 2024.02.06.
(제공: 한국경제인협회) ⓒ천지일보 2024.02.06.

하지만 공정위에 따르면 공익법인을 이용한 대주주의 지배력 확장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해외 주요 국가 중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나라도 없다는 게 한경협의 주장이다.

한경협은 대기업 소속 금융보험사와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그동안 공정거래법은 경쟁촉진보다 대기업 규제에 치중하면서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한 측면이 있다”며 “경제활력 촉진을 위해 40년이 다 돼가는 대기업집단 규제를 현실과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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