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 한국문화안보연구원 부원장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불법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벌써 2년 가까이 지속적인 전투를 하고 있다.

개전초 세계 2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러시아가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자유진영에서는 수수방관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항전(抗戰)으로 전쟁양상은 장기전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 이유에는 전쟁지도자(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인한 리더십, 국민의 애국심, NATO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지원, 노후화된 러시아군의 무기체계 및 작전지속능력의 약점 등 복합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거대한 체스판’의 저자 브레진스키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없이 유라시아의 제국이 될 수 없다. 탈냉전 이후 붕괴한 러시아가 제국의 부활을 꾀한다면 우크라이나는 그 시발점이 될 것이기에 미국은 이를 반드시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점은 국제정치적으로 우크라이나가 가지고 있는 안보적 차원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동유럽에 위치해 러시아의 서남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구 소련의 변방으로 국가명도 ‘변경(borderland)’이라는 보통명사에서 지어진 것이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기 전까지 소련의 지방정부에 불과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제국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속국(屬國)개념이 우크라이나를 무력침공한 심리적 배경으로 볼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군사력을 비교해보면 러시아는 군사력 세계 2위이고 우크라이나는 세계 22위에 불과하므로 초기에 전쟁이 지난 2014년 3월 18일 합병을 선언한 크림반도전쟁과 같은 일방적인 패전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의 구렁텅이에 빠져서 헤매고 있다.

러시아 푸틴의 침공 결심에는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 시도저지와 크림반도를 무혈 합병에 성공했던 푸틴의 오만이 빚은 과욕(過慾)과 러시아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소외되어온 국제정치구도에서 존재를 과시하고자 했던 헤게모니(hegemony) 회복의 군사전략이었다. 한마디로 푸틴의 오판이다.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은 상비군 20.9만명과 예비군 90여만명이고, 러시아군은 상비군 90만명, 예비군 200여만명으로 상대적으로 1대 2.6으로 엄청난 차이를 볼 수 있다.

위대한 군사사상가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전쟁은 우리 측의 의지를 상대에게 강요하기 위한 행위이다. 전쟁은 정치의 연속인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결국은 러시아 푸틴의 정치적 야망과 과욕이 저지른 실패작으로 예견된다. 전쟁의 양상이라는 개전초기의 기습전으로 시작해 단기전으로 패망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북한을 주적으로 휴전선을 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병법 36계’ 중 제9계인 격안관화(隔岸觀火)할 수만 없고, 제10계인 소리장도(笑裏藏刀)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대비책으로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해 적의 추가도발 의지와 능력을 분쇄하겠다”는 신원식 국방장관의 말대로 “응징이 억제이고, 억제가 곧 평화”라는 원칙대로 우리 군이 배비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도발의 수준을 넘어선 ‘우·러전쟁’과 같은 전면전(全面戰)의 경우를 철저한 배비해야한다. 특히 예비전력으로서 예비군동원과 민방위대원의 준비가 중요하다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초기실패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1991년 독립 당시 우크라이나는 재래식군사력이 유럽의 최강국으로 병력 78만명, 전차 6500대, 장갑차 7000대, 화포 7200대, 항공기 2000대 등 보유했었다. 그 후 2000년대 들어 오렌지혁명 등으로 군사력을 해체수준으로 축소했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에는 대응조차 못하고 영토를 뺏겼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힘없는 평화는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타국이 자국의 평화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우크라이나는 초기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안일한 대비로 러시아의 공세준비완료 4일이 지난 후 국가비상사태와 총동원령을 동시에 선포해 국가적 대혼란을 자초했던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한다.

뒤늦은 소개령(疏開令)으로 미사일과 장사정 포격에 국민들이 노출돼 심각한 피해를 당했던 교훈은 현대전의 양상변화를 보여줬다. 따라서 국방부를 중심으로 전쟁지휘부가 ‘전시즉응태세’ 즉 ‘Fight Tonight’의 자세로 북한군의 초기도발을 배비해야한다.

특히 군은 무비유환(無備有患)의 자세로 첫째, 신속한 동원령 전파로 전쟁지속능력의 예비전력을 확보하고 둘째, 전방지역의 부분동원(部分動員)을 사전에 해두고 지체없이 압도적인 군사적 대응으로 전장의 주도권(Initiative)을 장악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지속능력은 정치지도자와 군과 국민의 총화단결이다. 제3국이 주는 무기원조가 전쟁지속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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