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 한국문화안보연구원 부원장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됐던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마지막 5일차에 북한 김정은은 “이제는 현실을 인정하고 남조선 것들과의 관계를 보다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주적(主敵)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해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특히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했다.

김정은은 향후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한반도의 남북대치상황을 ‘종전(End of War)’이 아닌 ‘정전(Ceasefire)’으로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고 전쟁 중’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는 점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북조선의 실권자인 김정은의 이런 화법은 결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

더욱이 김정은은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大事變)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나가야 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북한이 고수해온 ‘하나의 조선’정책의 변화와 대남관계의 기본틀을 전환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 ‘중대한 12.30 선전포고’로 간주할 수 있다.

이 발언은 핵·미사일을 통해 남북군사력의 절대우위를 확보한 배경을 둔 것으로 대남관계를 대화와 화해방식이 아닌 무력시위와 압박으로 바꾸겠다는 정책변환이다. 북한의 군사적 동향을 면밀하게 추적 감시하고 대비해야하는 합참은 기습(奇襲)을 당하지 않도록 전장 감시자산을 총가동하는 대비태세를 유지해야한다.

특히 김정은은 “방대한 쌍방 무력이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그 어떤 사소한 우발적 요인에 의해서 물리적 격돌이 발생하고 그것이 확전(擴戰)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현재 조선반도(한반도)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가 병존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불신과 대결만을 거듭해 온 쓰라린 북남관계사를 냉철하게 분석한 데 입각하여 대남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할데 대한 노선이 제시되었다”고 북한통신은 전했다. 이것은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했다고 재해석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새해 벽두부터 심상치가 않다. 이런 점을 국민들도 유의해야 하는데 정쟁뉴스에 외면당하는 면이 없지 않다.

끝으로 김정은은 “조선반도에서 언제든지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남반부의 전 영토를 평정하려는 우리 군대의 강력한 군사행동에 보조를 맞추어 나가기 위한 준비를 예견성 있게 강구해 나간데 대한 중요과업”을 제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군사적 국지도발 가능성과 제한전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남심리전을 지도하는 김여정도 나서서 “북한 군대의 방아쇠는 안전장치가 해제돼있다”는 겁박을 했다는 점도 불시도발이 예상된다. 과거 김여정은 2020년 6월 16일 14시 49분에 102억짜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단 몇 초만에 폭파하는 광란(狂亂)을 저지른 전과가 있다. 그 3일전 6월 13일 김여정은 “머지않아 쓸모없는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망발했다.

다음날 그녀를 달래듯이 당시 여당 국회의원 173명이 국회개원과 동시에 발의한 것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완파로 무시당했지 않는가?

이제 길은 외길이다.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가 하달한 ‘대남무력 대사변 지침’은 어떤 형태로든 불장난할 것이 예견되고 그 시기와 장소는 서해 5도와 중동부전선의 포격전, DMZ교전 및 게릴라 침투도발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신원식 국방부장관의 취임사대로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해 적의 추가도발 의지와 능력을 분쇄하겠다”는 결의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국방장관의 말대로 “응징이 억제이고, 억제가 곧 평화”가 아닌가?

우리 군은 다양한 적의 도발상황을 예측하고 세계최강의 한미연합전력의 힘으로 초전에 응징하는 ‘적을 압도하는 국방태세 구축’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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