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 한국문화안보연구원 부원장

지난달 20일부터 발생한 전공의(專攻醫)들의 집단행동이 전국적으로 의료대란(醫療大亂)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의대생 2000명 증원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이어서 의대교수들도 집단행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9일 비공개 긴급총회를 열어서 향후 대응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전국의대교수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처벌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정부가 의대생 증원 규모 2000명 같은 조건을 걸지말고 전공의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한 점에서 대화의 여지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에서는 어떤 결의를 하지 않았고, 학생 휴학에 따른 유급문제가 있어서 심각하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는데 의대교수로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포괄적인 방향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회의하기식의 생색을 왜 내서 사회적으로 기대와 긴장을 고조시키는지 안타깝다.

김 회장은 기존 정원 3058명에서 내년도 2000명이 입학하면 교육 수요의 폭증으로 도저히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공유했고, 의대 교수들의 사직분위기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2000명의 증원 의대생이 전국적으로 의대별 교육능력 판단으로 분산될 것을 고려한다면 이런 집단이기주의적 집단행동은 매우 잘못된 반사회적, 반윤리적, 반의료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피해는 오롯이 환자국민들이 생사를 오가며 당하고 있다는 점은 훗날에도 책임이 따를 것이고 용납돼서도 안 된다. 오늘도 병상에서 전공의들이 갑질에 약자의 서러움을 참고 견디는 환자들의 입장에서 소위 ‘히포크라테스 선서’니 ‘의료 서약서’니 자랑하던 전공의들이 어디에 있는가 묻고있다. 

물론 전공의의 주장을 신중하게 수렴해 적정한 의대생 증원을 합의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한 의료행정에도 문제가 없지않기에 양비론을 면할 수 없다.

현재의 국면은 쌍방이 양보안을 주고받으면서 국민적 불안과 국가적 의료대란을 해결하는 것이 대의명분(大義名分)에 걸맞는 지혜로 엿보인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가 아닌 점에서 정부당국도 일보 양보하고, 의료계도 일보 양보해 합의안을 조속히 이끌어내는 것이 국민적 여론이라는 점과 병상의 환자를 생각한다면 전공의들도 극단적 방식을 자제해야 한다.

민노총과 한노총도 노사협상이 결렬되는 순간까지 최대한 마주 앉는다. 결렬이 선언되면 파업일자를 사전에 신고하고 사측도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합리적인 노동쟁의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보여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그야말로 병상의 환자들의 생사문제를 한순간에 내팽개치고 마치 전투현장을 이탈하는 탈영병과 같은 비상식적 행위를 보인 것은 어떤 말로도 해명이 어려울 것이다.

정부안에 불만이 있으면 대표단을 구성해서 충분한 논리를 가지고 의료계 내부적 문제점에 대한 개진을 했어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의료계는 의사가 직업이기도 하나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남북한이 전쟁의 개연성이 농후한 우리의 안보상황에서 의사의 증원확보는 평시에 준비해야 할 안보과제라는 점도 알아야한다.

수도통합병원과 각 지구병원을 가보면 진료를 받기위해 환자장병들이 하루종일 대기하는 현상을 직면한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군의관의 부족’으로 불가피한 현실이나 훈련에 참여해야 할 장병들이 병원을 오고가면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은 장병복지와 안보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국정기조에도 원칙이 있고, 규정과 방침이 있다. 그러나 전쟁과 같은 유사시를 대비해야하는 우리 안보측면에서 의사진의 충분한 획득정책은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안보정책이다. 국방부도 이런 관점에서 의견을 내야 한다. 나라가 있어야 병원도 의사도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의대생 증원의 방향성을 유지하고 적정한 증원을 재협상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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