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재수사·늘봄학교 지자체 이관 촉구
집회 주최 측 추산 초등교사 5천명 모여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초등교사노조 관계자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초등교사노조 관계자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어른도 하루종일 직장에 있으면 힘든데 아이들에게 하루종일 학교에 있으라고요? 이런 발상 자체가 아동학대입니다!”

윤미숙 초등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교육부가 오는 2학기 전국 초등학교에 도입하기로 한 ‘늘봄학교’에 대해 “교육부가 교육의 본질을 저해하는 정책을 가져와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초등노조는 27일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열고 늘봄학교 업무의 지자체 이관과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 및 재수사 등을 요구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초등교사노조 관계자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초등교사노조 관계자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정수경 노조위원장은 이날 집회 모두발언에서 “새해가 되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졌으나 헛된 것이었다”며 “교육부는 교육과 전혀 상관없는 영역인 ‘늘봄’을 학교 업무로 끌고 왔고 교육청은 초기 약속과 다르게 ‘인력이 없다’며 교사에게 늘봄 업무를 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은 “서이초 교사 사건에서도 학부모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경찰 조사 결과와 의혹 글을 올린 현직교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 우리가 마주하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절규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래 인재인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메시지를 담아 정부에 끊임없이 던졌지만, 이 외침은 현재 현실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탁상행정은 계속되고 백년지대계 교육을 추진해야 할 교육부 장관은 ‘교육’과 ‘보육’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초등교사노조 회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초등교사노조 회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이날 집회에선 지난해 늘봄학교 시범운영에 참여한 교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경북 소재 초등학교 교사인 김지선씨는 “교육부는 당장 3월부터 교사가 아닌 늘봄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배치하겠다 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이 업무를 할 인력이 기간제 ‘교사’라고 한다. 기간제 교사도 교사다”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실질적으로 업무를 해본 입장에서 문제점을 말하자면 방과후 및 돌봄교실 운영의 5배에 달하는 처리 공문 개수, 책임 소재의 문제, 교육 예산 낭비로 인한 공교육 질 하락 등 문제점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또 “여유공간이 없는 학교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위한 특별실을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돌봄교실로 바꿔야 한다”며 “겸용교실의 경우 정규 수업을 끝낸 교사들이 짐을 싸서 일할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이런 현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외에도 늘봄학교와 관련해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 학생들의 심리 정서상 문제 등 문제가 산더미”라며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도 소통도 없이 제대로 된 인력도 없이 현장을 고려하는 ‘척’하는 교육부의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초등교사노조 관계자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초등교사노조 관계자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이날 집회에서는 앞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A씨의 아버지는 “단순 자살이 아닌 실추된 교직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적 죽음이란 참담한 상황 속에서 언제까지 인사혁신처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며 “빠른 순직 심의회 개최와 순직 인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환경에 대해 제도적인 개선과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더 이상 말이 아닌 실제적인 시스템으로 구축돼야 한다”며 “희망찬 교단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순직이 인정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A씨 아버지의 발언은 노조 관계자가 대신 읽었다.

서이초 사건 관련 내용을 온라인에 올려 학부모를 비방했다며 경찰 조사를 받았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B교사도 노조를 통해 “서이초 선생님의 일은 이 땅의 모든 교사들의 억울함이고 지금도 벌어지는 일”이라며 “누군가는 그 목소리에 반성은커녕 조용히 얌전히 있으라며 자신에게 아무 이득 될 것이 없는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독립문 방향 사직로 3개 차로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약 5천명이 참가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초등교사노조 관계자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초등교사노조 관계자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및 늘봄학교 규탄’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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